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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유인원 - 폭력적인 침팬지와 다정한 보노보로 바라본 인간 본성의 기원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빌리버튼 / 2026년 6월
평점 :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대표작 ‘내 안의 유인원’은 인간 존재의 근원을 영장류의 행동 양식에서 추적하는 도서입니다. 이 책은 인간이 스스로를 특별하고 고결한 존재로 고립시키려 하는 오랜 오만을 깨트리고, 우리 DNA 깊숙이 각인된 영장류의 본성을 직면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드 발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두 이웃, 즉 침팬지와 보노보라는 두 개의 거울을 제시합니다. 두 종 모두 인간과 유전자를 약 98.8% 공유하지만, 사회를 구성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극단적으로 대비됩니다.
여기서 수업용 소재는 '침팬지와 보노보의 갈등 해결 방식 비교'입니다. 침팬지는 서열과 권력을 중시하며, 영역 싸움과 폭력을 불사합니다. 하지만 싸움이 끝난 후 패배자를 위로하고 포옹하는 '화해(Reconciliation)' 행동을 보입니다. 반면 보노보는 모계 중심 사회를 형성하며, 갈등 상황을 폭력이 아닌 스킨십과 성적 친밀감, 음식을 나누는 공감 능력으로 해소합니다. 영장류 사회에 대한 수십 년간의 관찰 기록을 바탕으로, 저자는 공감, 협동, 화해, 그리고 도덕성의 씨앗 역시 이기심만큼이나 깊은 진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침팬지 역시 패배한 동료를 위로하고 잔혹한 싸움 뒤에는 해소의 스킨십(화해)을 나눕니다. 보노보는 낯선 타자에 대해서도 기꺼이 음식을 나누는 공감 능력을 보여줍니다. 즉, '악'뿐만 아니라 '선' 역시 우리 안의 유인원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입니다. 인간이 가진 잔혹함은 침팬지적인 권력욕의 극단이며, 인간이 보여주는 숭고한 공감과 연대는 보노보적인 유대감의 확장인 셈입니다.
도덕 윤리 교사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바로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을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전통 동양철학의 성선설과 성악설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재구성할 수 있으며, 이 책에서 인간은 침팬지의 공격성(악)과 보노보의 공감 능력(선)을 모두 품은 양면적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공감 중심 도덕 교육의 정당성을 보여줍니다. 도덕성이 단순히 이성적 규칙 준수(칸트적 관점)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정서적 공감(흄 관점)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학생들에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분법적 답이 아닌 진화적 이중성을 이해하는 입체적 시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도서활용 수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봤습니다. 모둠 토론 → 역할극 → 논술 이라는 3단계 수업 지도안입니다. 1단계 토론으로 학생들에게 침팬지(경쟁·규칙·위계)와 보노보(협동·평화·공감)의 행동 영상을 보여준 뒤, "우리 학급/사회의 갈등 상황은 어느 유인원의 모습에 가까운가?"를 주제로 모둠 토론을 진행합니다. 2단계는 우리사회에서 앙숙관계가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 침팬지 방식(위계와 사과)과 보노보 방식(공감과 포용)으로 각각 문제 해결 시나리오를 작성해 연극으로 발표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갈등 해소의 다양한 전략을 체득합니다. 3단계는 지금까지 한 토론과 역할극을 바탕으로 "도덕성은 문명이 만든 것인가, 본능에 내재된 것인가?"를 주제로 소논술을 작성합니다. 작가가 제시한 영장류의 공감 사례를 근거로 활용하도록 지도합니다.
《내 안의 유인원》은 도덕윤리 수업을 이론적 담론에서 벗어나 생명과 진화의 생생한 현장으로 확장해 주는 매력적인 교육적 자원입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내면을 돌이켜보고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해 줄 것입니다. 이책은 "인간은 본성상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잔혹한 침팬지이기도 하고, 평화로운 보노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환경을 조성하고 어떠한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 안의 어느 유인원을 발현시킬지가 결정됩니다.
현대 사회가 지나친 경쟁과 격차, 갈등으로 치달을 때 우리는 종종 침팬지의 어두운 면에 압도당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메시지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향합니다. 우리 내부에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고 연대하려는 보노보의 유전자 역시 선명히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성에 대한 깊은 회의가 들 때, 혹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진정한 뿌리가 궁금할 때 이 책은 명쾌하고도 따뜻한 지혜를 건네줍니다. 스스로의 어둠과 빛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진화적 선택이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