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색과 이별하고 무위의 경지로 헐벗은 겨울나무처럼" 어휘력이 빛나는 표현들이 나도 모르게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가게한다. 혼자보기엔 아까운 문장들을 중간중간 담아 서평에 보태어본다."현실에서 비현실로 순간 이동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꿈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는 마치 살아있는 동화 같아."체코 프라하의 겨울 풍경속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잔잔하게 넘치는 이야기다. "단어 하나를 입술로 길어 공기 중에 퍼뜨린다."마민카가 무슨 뜻을까 궁금했는데, 엄마... 명절이 다가와서 더 아린 이름이 그 속에 담겨있어 괜시레 쓸쓸함이 젖어왔지만 이야기속 수빈 해국 단비 지호의 삶을 들여다보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묵은 공기와 미세한 생활 소음 그리고 손때 묻은 세간은 그녀의 반려사물이다."살면서 한번쯤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프라하의 풍경을 엿보면서 언젠가 소설 속 카렐교 위를 거닐 수 있을까? 어떤 기분이 들까? 콜라체를 사서트램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이런 저런 상상도 펼쳐본다."아무리 기억의 페달을 밟아 앞으로 감고 또 되감아봐도 오늘이 처음이다."머나먼 타국에서 만난 주인공들이 자연스럽게 연대를 이루고 서로에게 위로와 치유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안도하게된다. 편하게 읽다보니 금방 끝나버려서 왠지 아쉬웠던 소설이다. "반짝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 속에 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