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북다’는 12명의 작가가 로맨스라는 주제를 다음(칙릿/ 퀴어/ 하이틴/ 비일상)과 같은 키워드로 풀어낸 시리즈이다. 단편 소설 1권과 작업 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네 번째 작품으로 이희주의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전에 민음사에서 출간된 『나의 천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천사 캐릭터가 등장하여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했다.
책은 주인공인 ‘나루세’가 누나 ‘아오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된다. 나루세는 어릴 적 지진을 겪고 그것, 즉 유령과 같은 존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고향에서 벗어나 도쿄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어느 날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보게 되고 유령 소년을 만나게 된다. 유령 소년은 죽은 사람들의 욕망을 처리하러 온 일종의 천사와도 같다. 천사와의 동행이 이어지고 결국 나루세는 그 소년을 사랑하게 된 사실을 누나에게 고백하게 되는데.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이러한 고백을 비롯해 지난 과거에 대한 진실도 담겨있다. 유령을 보기 이전의 일, 누나의 비밀 그리고 천사의 정체까지.
쌍둥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 끝에 밝혀진 비밀은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슬펐다. 부정하면 할수록 커지는 욕망이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남아있고 그래서 거울을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 천사의 이야기가 슬프게 들리는 건 왜인지. 70쪽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반전과 강렬한 이야기에 몇 번씩 다시 읽어보게 되는 단편이었다.
🏷️ 누나, 보아요. 나의 비밀을 얹어둘게요. 이제 무게가 같아졌으니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이야기할게요. p.17
🏷️ 모르겠어요. 몇백 년 혹은 몇천 년을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잠들 때마다 망각의 베개를 베지 않는다면 결코 지을 수 없는 표정이었어요. 매일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의 얼구를 하나씩 훔쳐 오는 것처럼 티끌 없는 미소였어요.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