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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ㅣ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미래는 스스로 개척하는 것"
당연한 진리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시간 여행을 두고 소동을 피우는 배경 속에서 이 진리는 딱 맞는 그림처럼 더 크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는 <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의 속편이다.
주인공은 역시 교토에서 대학 캠퍼스 생활 삼 년째를 맞는 '나'이고, 요괴처럼 생긴 외모에 남의 불행을 반찬으로 밥을 세 공기나 말아먹는 오즈, 아카시군, 히구치, 조가사키 등이 그대로 등장한다.
<신화대계>는 만일 신입생 때 다른 동아리를 택했더라면 어떤 삶이 펼쳐졌을까를 상상한 복합적 이야기지만, <타임머신 블루스>는 같은 인물들이 타임머신이라는 소재 하나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동하며 한바탕 작은 소동을 펼치는 심플한 이야기다.
<신화대계>에서 주인공 '나'와 아카시의 연애 이야기가 궁금했던 독자들이라면, 속편에서는 둘의 감정이 조금 더 발전되어 미래에 어떤 결과까지 이르게 되는지를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꼬인 문제들을 풀어가며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생각은 성숙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은, '나'가 과거로 돌아가, 좋아하는 후배인 아카시의 뒤를 쫓는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나'는 과거의 자신이 쉽게 아카시를 단념하는 모습을 보고 거센 노여움에 휩싸이며, 과거의 나에게 달려가 '잔말 말고 계속 뒤쫓으라'고 말해주고 싶은 열망을 느낀다. 또 과거의 '나'가 여유를 부리며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자 그런 '내일은 오지 않는다'며 강력히 조언해주고 싶다는 열망을 갖는다.
누구나 미래에서 과거를 보면 어리숙하고 잘 몰랐던 자신에게 '그렇게 하지 마. 나중에 후회하게 돼!'라고 말해주고 싶을 것이다. 주인공이 깨닫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좀더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시도해보지도 않고 두려워 미리 물러서지 않기!
타임슬립이란 구조는 언제 어디서든 주인공을 각성하게 하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안정적인 구조다. 여러 명의 청춘들이 겪는 시간을 둘러싼 소동, 발랄하고 경쾌한 청춘소설 한 편을 읽은 기분은 오랜만에 맞이한 봄처럼 가볍고 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