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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매춘부 - 성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
몰리 스미스.주노 맥 지음, 이명훈 옮김 / 오월의봄 / 2022년 1월
평점 :
이 책을 보고 떠오른 두 개의 사건이 있다.
첫 번째 사건은 영국의 사건이다.
2019년 영국 에섹스에서 냉장 트레일러차에 39구의 베트남인들의 시신이 발견된 일이 있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https://www.theguardian.com/law/2019/oct/25/trafficked-vietnamese-and-the-lure-of-uk-nail-bars-and-cannabis-farms)
베트남 이주민 중 소년들은 대마초 농장으로 소녀들은 네일 바(네일 살롱이라고도 불리는 뷰티 업종)에 보통 보내지고 매춘을 강요받기도 한다고 서술한다. 초국가적 이주와 취약한 자들의 취약성이 고어하게 드러난 형태처럼 보인다(자본주의-고어함-폭력을 연결 짓는 분석은 사야크 발렌시아의 <고어 자본주의> 참고)
직접적인 '매춘'은 아니지만, 초국가적 이주와 취약한 이주민들의 상황을 전하는 이 서사 안에서도 이 책이 직접적으로 다루는 '인신매매'와 이에 반대하는 '반노예제 단체'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만들었고, 만드는 데 기여했냐는 본 책의 근본적인 물음과도 이어지는 사안이다.
두 번째 사건은 미국의 사건이다.
2021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벌어진 Spa shootings다.
피해자인 마사지 샵(SPA)의 종사자들은 대부분은 아시아 출신 여성들이었다.
인종혐오 범죄의 혐의가 제기된 가운데 이 스파들이 온라인상에서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리뷰도 있었다고 한다.
(https://columbiabasinherald.com/news/2021/mar/22/attacked-spas-had-been-targeted-by-2/)
이들이 실제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와 무관하게,
그리고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기사는(가령 스파와 성매매를 상징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피해자들에게 섹슈얼한 혐의가 있을 수 있다며 낙인을 (무)의식적으로 덧붙이는 것은 아닌가? (낙인이 정당하다는 말 아님.)
낙인뿐 아니라 미국 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시안 여성의 노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후속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피해자 중 한 명은 두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었다고 전한다. 아들은 온라인 모금 사이트를 통해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민 여성들이 수행하는 서비스 노동의 현실과 국경, 계급, 성매매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지금의 취약한 여성들의 성노동과 노동 그리고 삶의 조건을 이야기할 때 많은 참조점을 제공한다. 물론 암수라고 할 수 있는, 정확히는 일어났지만 인식되지 않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성매매 종사자들의 사건들도 많을 것이다.
(버틀러 적으로는 표현하면 '애도불가능한' 사람들로 묘사되는 분들과 관련한 사안들)
성판매자에 대한 성폭력은 얼마나 처벌 되는지, 성폭력으로 인정되긴 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인 비범죄화와 노르딕 모델을 포함한 (일부) 합법화와 취약한 성노동자들의 관계를 서술한 부분이다.
이들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삶의 역량을 증진시킨다는 의미에서 비범죄화의 필요성을 서술한다.
성노동 자체가 규범적인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도,
'성노동'이라는 다층적인 표현 자체를 '포주론' 정도로 봉쇄하려는 논의는 얄팍함의 문제라기보다는 종사자들의 현재의 위험과 곤경에 침묵하려 한다는(위험과 곤경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해악이 깊다고 생각한다.
성매매 종사자를 욕하는 것이 그들이 죽어가고 진짜로 죽을 위기에 처한 것보다 중요하다는 걸까?
(착취자 옹호하자는 거 아님. 모든 논의를 '포주 논리'라며 "성노동은 무해하다"거나 성노동으로 유인하려는 것으로만 보려는 것이 문제적이라는 것임.)
성노동이 여성의 적이라면, 여성에게 해악을 끼친다면, (여성) 성노동자는 여성이 아니라는 말일까? 중요한 점은 무엇이 성노동을 하게 하며, 이런 성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가 아닐까? 이 책은 매우 경험적인 차원에서, 밥벌이와 생존을 위해 성매매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물질적 차원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사려 깊은 논의가 늘 그렇듯, 상투적일 수 있는 이것과 저것 둘 다 아니라는 논지를 향해 이 책은 나아간다. 사법적 개입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경험(경찰의 폭력)에서 나온듯한 인식들은 지금도 아주 유효하다. 폭력, 이주, 계급, 젠더, 국가, 통치성, 치안, 섹슈얼리티 등의 주제를 설득력 있게 엮어서 이야기한다.
한국의 성매매 관련 담론들과 실천들이 궁금하다면
집결지 아웃리치를 비롯해 영화제도 개최한 바 있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나
옮긴이가 언급하기도 하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의 행보를 주목하면 될 것 같다.
물론, 한국의 이주민 성노동에 대해서도 분명히 이야기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한국의 성노동 산업 안에서 이주민들의 위치와 여건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 중 하나다.
영화 <호스트 네이션> (이고운, 2016)은 이 맥락에서 중요한 영화인데, 미군 클럽과 필리핀 여성이라는 3개국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초국적 여성 노동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 8군 기지촌에서 거주하는 여성 노동자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이태원> (강유가람, 2019)도 군사주의와 젠더를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을 보여준다. 외국인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여성 종사자가 적발되었다는 기사는 찾을 수 있지만 사후적으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덧) 혹시나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있을까 싶어
본 책과 연결하여 읽을 수 있는 성판매 당사자들의 서사가 있는 책들을 써보겠다. (당연히 더 많다. 일부만 씀.)
<무한 발설> -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봄알람, 2011) 한국의 다양한 성매매 현장의 겪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페이드 포> - 레이첼 모랜, 안서진 번역 (안홍사, 2019) 에스코트를 비롯한 유럽권 백인 여성의 경험을 서술한다.
<Heauxthots> - suprihmbe(미번역, 2019) 저자는 미국 흑인 유자녀 성노동 종사자인데, 빈곤-계급-인종적 차원에서 흑인적 어휘들을 탐색하는 책이다. 본 책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백인 성노동자와는 다른 입장과 인식을 보여준다.
<Reading Sex Work> - Heather Berg(미번역, 2021) 다양한 맥락의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흑인 트랜스여성 성노동자들의 상호부조, 영국의 성매매 매칭 플랫폼(Adultwork)의 착취적 시스템에 맞선 대항 전략들을 다룬 아티클 등 성노동 관련 아티클을 담았다.
당사자 서사는 아니지만 성노동을 다루는 책은
<레이디 크레딧> - 김주희 (현실문화, 2020) 성매매 종사자들의 재여성화 전략(속칭 '사이즈'라 부르는 외모관리-소비)이나, 계속 일을 하게 통치하는 '금융화 전략' 등을 담은 책이다.
<남자들의 방> - 황유나 (오월의봄, 2022) 남성성의 수행들과 협상해야 하는 성매매 종사자들과, 이런 폭력적 상황은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인지 살핀다.
<청량리> (미출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발간, 2018) 지금은 재개발이 되고 있는 곳인 청량리 집결지의 역사와 종사자들인 '언니들'과 이룸의 서사, 그리고 집결지 폐쇄 이후의 이야기를 펼친 책이다.
논문으로는 [성착취를 통한 수익 창출 대중화 시대의 개별화된 성매매 알선 방식 연구](민가영, 2021)는 10대 여성들을 착취하는 개별화된 남성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성착취의 대중화(포주나 업자가 아닌 사람도 공급책이 되는 상황)에 대한 분석을 담은 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