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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 그의 사유, 그의 인격
폴 벤느 지음, 이상길 옮김 / 리시올 / 2023년 10월
평점 :
이 책은 푸코를 다룬 책이지만, 시간 순서에 따라 일별하는 책은 아니다.
푸코가 지성계(라는 게 있다면)에 던진 '담론'이라는 폭탄을 탐구하는 책이다.
푸코의 용법에서 담론은 주제나 의제가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표지의 어항 안 물고기처럼, 어항같은 것을 담론이라고 했다.
푸코가 말하는 담론이 급진적인 이유는 주어진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이 있는 게 아니라 자연'화'(될 화 化)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역시 푸코의 이 논의를 이어받는데
버틀러는 섹스는 젠더라고 이야기하면서 섹스 자체가 있는 게 아니라 섹스화된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성별이 아니라 성별이라고 이름 불리고 담론 안에서 인식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별은 우연적인 것이다.
내가 푸코의 저작을 읽었을 때 푸코는 시기마다 조금은 다른 개념을 갖는 것 같았다.
이 책에도 등장한, 담론을 이야기할 때의 '진실'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특정 담론 하의 진실을 말한다.
반면 80년대 이후 푸코가 말한 파레시아에서의 진실은,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 그 자체를 말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믿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진실인 것을 말한다는 것).
어떤 면에서는 죽음 직전의 푸코에 대해서 다루기는 하지만 높은 비중을 두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담론이라는 이야기를 한 푸코도 중요하지만, 예속화에서 주체화로 관심을 옮긴 후반기 푸코에 대해서도 큰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벤느의 논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독자인 나의 생각이다.
나는 푸코의《주체의 해석학》(이 책은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임) 이후 두 권의 한국어로 미번역된 강의록이 아주 중요하다고 추정한다. 그리고 자기-돌봄과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논하는 푸코도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주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이 시기의 작업은 동녘 출판사에서 나온 미공개 선집 시리즈 참고).
푸코는 멋있다. 그의 회의주의적인 관점, 자기의 행위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침묵. 반드시 이론과 동일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용기. 지나간 자신의 작업과 발언을 도그마로 삼지 않길 바라는 성상파괴적인 사유까지. 더군다나 언제나 신뢰할 수밖에 없는 역자인 이상길 선생님의 번역과 개정판 후기(〈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는 가장 최신의 그러면서도 푸코와 그에게 놓인 맥락을 충실히 이해하는 학자의 푸코론인데, 푸코의 사유를 이해하는 데 아주 필요한 텍스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