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아픈 여자들 - 건강 문제를 겪는 젊은 여성들은 일, 우정, 연애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어떻게 헤쳐나가나 앳(at) 시리즈 2
미셸 렌트 허슈 지음, 정은주 옮김 / 마티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영어본 제목은 Invisible이다. 부제까지 붙이자면 

Invisible: How Young Women with Serious Health Issues Navigate Work, Relationships, and the Pressure to Seem Just Fine


대략 해석하면

'심각한 건강 문제가 있는 젊은 여성들이 얼마나 일과 관계를 조절하고, 자기는 괜찮다고 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가 '정도 될 것 같다.


한국어본 제목도 적절하다. 젊고 아픈 여자들.


많은 책에서 지적하듯, 건강 규범은 아주 정치적이고 선택적인 개념이다. 젊은 사람은 건강하고 나이 든 사람은(노인과 나이 든 사람은 다르다) 건강하지 않을까? 일단, 건강 상태라는 개념 자체가 경합하는 개념이다. 무엇이 건강인가? 장애와 건강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젊고 아픈 여자들엔 무한한 하위갈래가 있을 것 같다.

젊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나이의 스펙트럼도 넓고

아프다는 것도 참 분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아프지 않은 질병 상태는?

당연히 아프지 않은 장애도 있다.

어쨌든 자가면역질환, 근관절계 통증, 신경질환, 정신장애, 비문증, 신체증상 장애(신체화 증상) 등 가시적/비가시적으로 나누기 어려운 '안 건강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여자들 역시 차이가 다양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을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지, 재현해야 옳은지 늘 고민한다. 그럼에도, 뭔가 어긋나는 몸들은 원치않는 시선, 맨스플레인(폭력) 등을 겪는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몸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한다. 어떤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각자 입장을 고려하는 신중함을 보인다. 젊고 아픈 여성이 타자가 되는 경험에 대해 쓴 이 책은, 타자는 끊임없이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너무도 잘 보여준다. 


자기 재현에 대한 전략은 어빙 고프만이 많이 언급했고, 많은 저자들도 인용하지만 그런 술수에 집중하지 않고, 왜 그런 선택과 어떤 윤리적 딜레마가 있는지에 저자는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나 역시 선택과 딜레마에 놓이는 상황 자체에 관심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책은 로즈마리 갈란드-톰슨의 《Staring》인데, 기대한 것과 다른, 해석이 안 되는 '보통이 아닌 몸'을 보는 사람의 응시와 어떠한 내러티브를 요구하는 이 시선을 느끼는 장애 당사자에 대해 쓴다. 


가시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봐야 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피응시자에겐 응시되어야 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떻게 응시되어야 하는지를 밝히며

시각의 장 안에서 발생하는 장애의 응시의 이슈를 복합적으로 살핀다. 물론 《젊고 아픈 여자들》은 가시적인 장애를 갖고 있다기 보단 중병과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 응시보다는 '보통이 아닌 몸 상태'의 젊은 여성에 더 초점을 맞춘다. 유방암에 대한 이야기나 아름다움, 임신 등 여성 이슈와 아픈 여성 건강 약자들이 등장한다.(퀴어,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유색인' 등도 당연히 겹친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퀴어와 장애에 대한 이슈가 많이 출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주제나 내용상 겹치는 책들도 있다. 건강 약자의 소수자성 역시 중요한 이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판단한다. 이 책은 번역도 좋고(개인적으로는 able-bodies를 비장애-신체보다는 능력 있는 신체로 번역한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함. 물론 dis-able, able과 장애-비장애, 능력-무능력(?) 등 역어에 대한 주석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내용도 값지다. 페미니즘, 퀴어, 장애, 건강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할만큼 멋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