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 을유사상고전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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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프리단은 바닥에 왁스칠을 하며 오르가즘을 느낄 여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조'를 담당하도록 놓인 여성의 관점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여성의 문제를 고발한 책이 《여성의 신비》(The Feminine Mistique)이다. 


여성의 자리, 여성의 위치, 여성에게 기대하는 것엔 남성이 숨어있다. 그것을 기대하고, 바라고, 압박하는 남성 동성 사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부아르는 

"미국에 흑인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백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반유대주의가 유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인 것처럼" 여성의 문제는 언제나 남성의 문제였다. "라 해당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초월자인 남성, 권력자 남성, 반(半) 신인 남성, 군인 남성, 사제, 교사 등등 남성의 사회 안에서 여성은 제 2의 성이고 내재에 갇혀있는 성이다. 이 책은 이런 내재에 갇혀있는 성으로서 여성이 겪는 경험들과 생애주기별 경험들 그리고 그에 따른 정신 상태들을 빼곡하게 묘사하는 책이다. 

(물론 생애주기라는 것도 상당히 이성애 규범적-대도시 규범적-논퀴어적인/에이블리즘적 개념이다.)


물론, 동성애에 대한 부분(일종의 여성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관점)과, 이성애 매트릭스가 전제된 부분은 삼키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저자가 활동하던 시기를 감안하면 심각한 비판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보살핌 노동에 대한 견해나 나이든 신체에 대한 견해도 넘기기 어려웠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데 가장 먼저 편협하다는 점이 그랬다. '여성'의 경험에서 '여성'의 관점에서 쓰인 이 책은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문학작품의 묘사로만 드러났던 여성들의 신경증 혹은 콤플렉스를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진실'에 도전하는 편협한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서로 알려져 있고, 여성의 실존을 위해 조건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프로이트적인 글로 읽혔다. 사도마조히즘, 나르시시즘, 엄마딸 관계 등 정신분석학의 틀로 여성의 신경증,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탁월한 설명력을 가지면서도, 반론의 여지를 충분히 남기기도 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시점에서 읽으면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인공 생식에 대한 부분이나 언PC 하다고 볼 수 부분도 충분히 있지만, 그것은 과하게 현재의 관점에서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보부아르가 쓴 글도 상황에 놓인 지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비판의식을 유예하고 읽는다면 여성의 심리, 여성의 관점, 여성의 입장, 여성의 정신, 여성들 간의 차이, 여성들의 분열하는 의식, 엄마와 딸의 심리적 역동 등 현재에도 유의미한 관점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섹스-젠더에 대해 후학들이 주장했던(예를들면, 주디스 버틀러의 섹스도 이미 젠더였을지도 모른다는 주장)과도 상통하는 이야기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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