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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ㅣ 버지니아 울프 전집 5
버지니어 울프 지음, 정명희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클러리서 댈러웨이는 영국 상류층을 대표하는 여성이다. 지력이 풍부하지만 역사나 철학 그외의 교양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집안을 관리하고 파티를 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풍성하게 하는데 힘을 쓴다. 클러리서의 옛 애인인 피터는 클러리서의 그런면을 두고 '완벽한 안주인'이라며 빈정댄다. 클러리서는 피터와의 관계를 끝내고 리처드와 결혼해 상류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리처드는 클러리사의 속물적인 면을 이해하며 클러리서의 영역을 존중해준다. 클러리서는 리처드를 위해 사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클러리서에게는 아름다운 딸 엘리자베스가 있다. 엘리자베스는 아직 클러리사가 관리하는 세속적인 세상에 속하지 않은 순수한 인물이다. 리처드가 엘리자베스의 역사 교사로 소개해준 킬먼양은 클러리사와 같은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가치관 종교관이 전부라고 믿는다.
클러리서가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셉티머스 라는 남자가 자살한다. 그는 전쟁 후유증으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전쟁 중에 사망한 전우 에반스가 나타났다며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셉티머스를 따라 고국인 이탈리아를 떠나 영국으로 오게 된 그의 아내 레지아는 셉티머스의 상태가 악화될 수록 고통스러워한다. 레지아는 셉티머스를 돕기위해 의사 홈즈와 윌리엄경을 차례로 찾아가지만 셉티머스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 셉티머스는 결국 자신을 찾아온 의사 홈즈를 피해 창가에서 몸을 던진다.
클라리서의 파티는 성공적이었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방문했고, 클러리서의 옛친구도 찾아와 분위기를 띄운다. 파티가 절정에 다다를 무렵 윌리엄 의사가 들어오며 늦은 것을 사과하며 셉티머스의 죽음을 알린다. 클러리서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셉티머스의 죽음을 체험한다.
울프는 클러리사와 셉티머스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영역인 삶과 죽음.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셉티머스는 책 도입부에서 자신은 자살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의사와의 상담에서도 자신은 죄를 지었다고 말한다. 셉티머스는 분열되고 있었다.
자살하는 것에 관하여 그는 그녀와 논쟁하고 싶어했다. 얼마나 사람들이 사악한지를 설명하고 싶어했다.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갈 때 거짓말을 꾸며대는 것을 어떻게 그가 알 수 있는지를 말이다. 그는 그들의 모든 생각을 안다고, 모든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 세상의 숨겨진 의미를 안다고 말했다. 92쪽 93쪽
그 육체는 자신의 타락을 실감하며 누워 있었다. 어떻게 그가 아내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했던가, 어떻게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유혹했던가, 어떻게 이사벨 포울 양을 모욕했던가, 어떻게 그가 악으로 움푹움푹 파일 정도로 자국이 나고 표시가 나서, 여자들이 거리에서 그만 보면 몸서리를 쳤는가를 말이다. 그와 같이 비열한 인간에게 인간 본성의 평결은 죽음이었다. 125쪽
반면에 클러리서는 화합으로 나아간다. 클러리사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이 유효했다.
사람에게는 어떤 존엄함이 있었다. 외톨이로서의 고독, 심지어는 남편과 아내 사이에도 큰 간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간은 존중해야 한다고, 남편이 문을 여는 것을 바라보면서, 클러리서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스스로 그것과 갈라설 수가 없었다. 혹은 남편의 의지를 거역하고 그에게서 그것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자신의 독립성이든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든지 - 무엇이든지 여하튼 값으로 따질 수 없는것 -를 잃지 않고는 말이다. 161쪽
클러리서는 또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피터와 리처드 모두 클러리서가 파티 여는 것을 비웃었다. 피터는 클러리사가 속물이라 명사들을 주변에 두고 과시하기 위해 파티를 즐긴다고 생각했고, 리처드는 클러리사가 단지 파티를 즐겨 심장에 '자극'을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 다 전적으로 틀렸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오직 삶이었다. "그것이 내가 파티를 여는 이유야." 그녀는 큰소리로 삶을 향해 말했다. 163쪽
그녀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 그것은 참으로 기묘한 것이었다. 여기 사우스 켄싱튼에 아무개가 있다, 위쪽 베이스워터에도 누군가가 있다. 가령 메이페어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하자. 그녀는 끊임없이 그들의 존재를 느꼈다, 그리고 얼마나 낭비인가를 느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를 느꼈다. 만약 그들을 서로 알게 할 수만 있다면 하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파티를 여는 것이었다. 그것은 베푸는 것이며, 결합시키는 것이며, 창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164쪽 165쪽
피터와 리처드를 완벽히 이해시키지는 못했지만, 클러리서는 적어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 '파티'가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방식인 것을 알았다. 클러리서가 완벽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울프는 클러리서의 한계 또한 보여준다. 리처드에게 자신만의 영역을 부여받은 클러리사였지만,
그녀가 그와 결혼하지 않은것 또한 그래야만 했다 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려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결혼 생활에서 매일매일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권리, 다소 독립된 부분이 있어야만 했다. 그것을 리처드는 그녀에게 주었고, 그녀 또한 그에게 주었다. 15쪽
자율성은 대부분 집안일에 국한되어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리처드 없이 나설 수 없었다.
그녀는 남편보다 두 배나 많은 지력을 가졌지만 남편의 눈을 통하여 사물을 보아야만 했다. -결혼 생활이 가져오는 비극 중의 하나였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졌지만 그녀는 언제나 리처드를 인용해야만 했다. 106쪽
당대 상황을 고려하면 클러리사는 안주인 역할을 수행하는 상류층 여성을 대변한다. 하지만 울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브루톤 여사(상류층에서도 시대를 선도하는 집안의 여성)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여성 상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권력은 그녀의 것이었다. 지위도, 수입도. 그녀는 시대의 선두에 서서 살아왔따. 그녀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다. 당대의 가장 능력있는사람들을 알아왔다. 151쪽
울프는 완벽한 안주인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낸 클러리서를 예찬하려는 게 아니다. 울프는 이 소설에서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을 다루겠다고 했다. 클러리사와 셉티머스를 통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디까지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인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책의 도입부로 돌아가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클러리서 댈러웨이가 파티에 쓸 꽃을 직접 사러 간다. 아침을 황홀하다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