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암살자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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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대 노인이 된 아이리스가 풀어내는 현재와 과거, 중간에 삽입되는 아이리스 가족 관련 기사문, 정체불명의 남녀가 주고받는 자이크론 행성의 이야기.

  시작부터 강렬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서사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입부터 1권이 끝날 때까지 아이리스의 가족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작가는 이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주인공 아이리스는 할아버지의 사업 성공으로 부유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벤자민은 쇠락해가던 명문가의 애들리스를 만나 결혼했다. 둘 사이에 아들이 셋 있었다. 전쟁으로 둘 째와 셋째를 잃고 첫째였던 노벌은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와 가업을 잇는다. 노벌은 릴리아나와 결혼해 아이리스와 로라를 낳고 몸이 약해진다. 난봉꾼으로 묘사되는 아빠는 몸이 약한 엄마를 기어코 임신시키고, 엄마는 유산 후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는다. 집안 일을 돌봐주는 리니가 아이리스와 로라를 이모처럼 돌봐주지만 엄마의 부재와 아빠의 무관심은 두 자매를 외롭게 만든다.

 

 참전 용사였던 아빠는 귀향한 군인들을 공장에 취업시켜 신임을 얻는다. 하지만 공황이 닥치자 공장은 어려워지고 아빠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아이리스를 경쟁자이자 사업 파트너인 리처드 그리픈과 결혼시킨다. 아이리스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어렵다는 것과 동생 로라에 대한 부양 책임감 때문에 수락하고 만다. 아이리스의 경혼 생활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남편인 리처드와 그의 동생 위니프레드는 아이리스를 허수아비처럼 세워둔다.

 

  시간이 흘러 동생인 로라가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으로 사망한다. 한참 후에 남편 리처드도 뇌출혈로 사망. 아이리스의 딸인 에이미도 젊은 나이에 죽고 시누인 위니프레드도 죽는다. 아이리스와 손녀 사브리나만 남아있다. 아이리스는 손녀인 사브리나를 그리워하지만 1권에서 끝내 사브리나는 돌아오지 않는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두 축중 하나는 주인공 아이리스의 삶이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로라가 쓴 책이라고 언급된 소설이다. 외설스럽다고 평가받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래 숨어 보는 소설. 과연 로라의 소설은 의문의 남녀가 주고 받는 자이크론 행성 이야기를 책으로 남긴 것인가?

 

  로라의 소설 속 배경은 사키얼 -논이라는 곳이다. 지금은 쇠락해 돌무더기에 지나지 않지만 한때는 무역과 통상이 번성하는 중심지로 설정되어 있다. 그 곳은 지체높은 귀족인 스닐파드와 소지주, 농도 그리고 노예인 이그니로드 이렇게 네 계층의 사람들이 사는 도시다. 매우 아름답게 묘사되지만 잔혹한 진실이 있는 곳. 어린 노예들이 눈이 멀 때까지 카페트를 만들고, 매년 잘 키운 돼지를 잡아먹듯 제물로 키워진 여성을 제단에 올린다. 소리를 질러 제를 망치지 않게 혀까지 잘라서.

 

 로라가 쓰고 아이리스가 출간을 허락했던 그 소설 속 인물은 로라인가? 그렇다면 로라가 바로 그 의문의 여자일까?

 

 다음 이야기가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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