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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ㅣ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평점 :
북폴리오에서 애묘인들을 위한 고양이만화가 새로 출시되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고 있던 고양이웹툰으로,
작가 채유리와 그녀의 반려동물인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뽀짜툰6가 그것이다.
이번 편에는 고양이 중 한 마리인 짜구의 죽음과 그에 대한 진솔한 감정이 담겨져 있다.
나는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나쁜 건지 지금껏 친한 누군가의 죽음을 겪어본 적이 있다.
그저 친구의 아버지, 먼 친척, 남자친구의 할아버지 정도?
아직 내 가족도 친구도 내게 이별을 고하지 않았기에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고양이웹툰 뽀짜툰의 저자인 채유리가 느꼈을 고통은 바로 그런 고통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뽀짜툰6를 위한 웹툰을 그리면서 계속 울지 않았을까.
내가 집에 오면 늘 내 곁에 있어주던 누군가가 없어졌을 때의 기분, 무력감은 상상도 못 할 거 같다.
짜구야,
너와 함께한 지난 13년.
너로 인해 나는 참 행복했단다.
p. 114
짜구를 보낸 그날 밤.
숨이 막혀, 이러다 나도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한바탕 울다 잠이 들었다.
p. 94
애묘인이 아닌 나로서는 - 남들은 전혀 맞지 않는 비유라 뭐라 할 수도 있겠지만 -
나와 13년을 함께 해 온 토끼인형 헤니가 사라졌을 때 꼭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내 방에 들어가면 화장대 앞을 지키는 있는 헤니, 매일 밤 같이 잠드는 헤니,
미숙한 사랑의 아픔을 겪은 후에 엉엉 울 때 내 품에 안겨 나를 위로해주던 헤니.
소중한 건 그 사람에게만 소중하면 된다.
소중함의 기준이나 정도를 다른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고양이만화 뽀짜툰은 집사툰답게 고양이들과 그들을 사랑하고 무한애정을 쏟아주는 저자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온라인이나 TV와 같은 각종 매체를 통해 알게 된 고양이의 일상과 사실들을 보여주어 새롭진 않지만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니면, 마지막에 그루밍해주는 자가 이기는 룰이 있는건가...
p. 131
쪼꼬와 포비는 형태는 좀 다르지만, 먹고자하는 욕구가 강하다.
p. 315
봉구는 아직 어려서인지 식욕보다는 호기심과 장난끼가 더 강하다.
p. 318
뽀또는, 물론 생긴것답게 식욕도 강한 편이지만, 가장 근성을 보이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자리욕심.
p. 326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 중에서 비만하여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집사 가족이 먹는 고기를 탐내지만 양배추는 싫어하는 고양이도 있다.
눈을 뜨게 하는 놀라움이나 신박함은 없지만, 애묘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소소한 장면들이다.
사실 저자의 고양이들은 지극히 '고양이답게' 특별한 모습을 보이거나 [TV 동물농장] 에 나올 만큼 묘기를 부릴 줄 아는 것도 아니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은
그루밍 해주고 먹고 먹이를 달라고 하고 상자와 캣타워를 좋아하며 애교를 부리지 않는다.
非 애묘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림체는 귀엽지만 내용은 귀엽지 않다는 느낌이랄까?
고양이만화 뽀짜툰에서 집사인 작가는 고양이에 관해 자신이 좋아하는 바를 리스트 적듯이 마음껏 드러낸다.
다이어리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 적듯이, 좋아하는 영화를 적듯이, 가지고 싶은 물건을 적듯이, 웹툰을 통하여 기록한다.
그루밍하느라 치켜든 뒷발의 젤리. 뒤통수의 병아리냄새. 핫도그가 된 쪼꼬의 가지런한 뒷발.
새 고양이용품이 도착하는 순간. 좁은 박스 위 고양이 컵케익. 무릎 위 따뜻한 봉구.
무릎 위 푸짐한 뽀또. 그 뽀또의 분홍코. 통통통 경쾌하게 걷는 봉구의 걸음걸이. 술래잡기.
봉긋한 이불. 마약방석의 쪼꼬 뒷다리. 안마의자와 봉구. 벌러덩 누운 포비의 앙 다문 뒷발.
방금 자다 깬 부시시한 뽀또의 얼굴. 함께 쬐는 햇볕. 함께 맞는 바람. 함께 잠드는 매일 밤.
그리고 너희들의 존재 그 자체.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
p. 168-179
공감 할 수는 없지만 이해는 가는 대목이다.
만약 내가 웹툰 작가라면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렇게 보여주고 싶었을 테니까.
토끼인형의 보송보송한 분홍 털, 인형과 함께 잠드는 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멀리서 들려오는 피아노 건반 소리,
10대가 주인공인 상큼발랄 영화, 2kg 빠져버린 몸무게, 열심히 운동 후 헤쓱해진 얼굴, 겨울에서 봄으로 변한 찬 공기의 향기.
동화 원작의 영화 [Mary Poppins] 에서 주인공 메리 포핀스가 부르던 노래 'My Favorite Things' 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고양이웹툰 뽀짜툰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6편 출간 소식.
현재 다음에서는 휴재 중이지만 책으로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더불어 11월 18일(토) 오후2시 교보문고 부산점(서면) / 12월 30일 오후 2시 궁디팡팡캣페스타(서울) 에서
저자 채유리의 책 발간 기념 사인회가 있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