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있어서 딸이 짧은 '가출 비슷한 걸' 했다는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자신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가든파티에서 손님들 중 한 명을 죽이고 말게 될 거라는 점쟁이의 예언이다.
여기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모순적인 느빌 백작의 태도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딸 세리외즈가 열두살 이후로 명랑하던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하더니 말수가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고,
이런 짧은 가출을 그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느빌 백작이 아주 이상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렇다 할 지언정, 21세기에 사는 그 누구가 '사기꾼일지도 모를', '사기꾼이 아닐 지라도 어차피 증거없이 말하는'
점쟁이의 말을 신뢰하고 딸이 한밤중 숲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할까?
평소 미신을 잘 믿고 점과 운세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느빌 백작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의도적 왜곡, 비틀림, 모순들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