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신미경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에세이를 통해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공유하려고 한다.
사실 그녀는 라이프스타일 잡지 [리빙센스] 의 에디터로서 패션에 심취한 20대를 보냈고,
[슈즈 시크릿] 을 집필하여 구두로 사회, 문화적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하였다. 

강도 높은 업무와 스트레스로 늘 피곤했던 그녀가 선택한 건 쇼핑이라는 보상이었는데, 
그 효과가 대개 일주일을 가지 못하였으며, 심지어 다음 달 카드 값이 걱정될 정도였다고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대안적 삶을 찾아 참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심플 라이프, 적게 소유하기...... 

p. 7


쇼퍼홀릭에서 미니멀리스트로 바뀌는 극단적인 터닝 포인트는 아마도 극도의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에서 찾아 왔으리라.
누구나 부러워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의 슈즈를 보관하고 신던 그녀가
이제는 하이힐 없이 스니커즈나 플랫슈즈 몇 컬레로 다니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이 놀랄 만도 하다.

나는 쇼핑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싫어하기도 한다.
꼭 필요한 게 있을 때만, 그것도 몇 달 동안 사려고 벼르고 벼르다가 그 제품이 세일하면 가서 쇼핑하는데,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가지게 되면 기분이 좋다.
새로운 제품이 내 손 안에 들어온다는 건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반 면, 쇼핑하러 걸어다니고 구경하는 자체가 정신 노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뭐가 있나 살펴 보기보다는 마치 남자들처럼 구매할 품목만 정해두고 해당 매장만 가곤 하는데, 
쇼핑 통로가 너무 좁거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을 때면 스트레스를 곧잘 받는다.
내게 쇼핑은 가끔의 기분 전환이나, 생활 필수품을 구하는 방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가벼운 클러치백 하나만 들고 다닌 뒤로 놀랍게도 신경과민이 사라졌다. 몸이 피곤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번화한 거리에서 가방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거의 없어서다. 

p. 13


저자는 영수증, 스탬프 적립 카드 등을 정리하지 못하고 가방에 모두 갖고 다니는 성격을 지녔었다.
그래서 전에는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를 무거운 가방때문에 지하철을 탈 때마다 고생했지만 이제는 클러치백 하나로 해결했다고 한다.

나는 백팩을 매고 다닌다.
1년 365일 거의 그렇다.
가장 큰 이유는 가르치는 일이 직업인지라 늘 책 한 두 권은 들고 다녀야하는데, 
숄더백이나 에코백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어깨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백팩은 무게를 어깨 양쪽에 적절히 분배하여 부담을 덜어준다.

사실 내게도 클러치백이 많다.
그런데 항상 필요로하는 티슈, 물티슈, 거울, 립스틱, 쿠션팩트, 향수, 지갑과 폰을 넣어가지고 다니기엔 무리수다.
클러치백에 이 모든 걸 다 넣어가지고 다닌다면 어깨 대신 손이나 팔이 아플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휴지 등 필요한 게 있을 땐 주위 사람들에게 빌린다는 게 민폐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소한 내가 필요한 건 가지고 다녀야하지 않겠는가.

슈즈홀릭에 명품백홀릭이자 옷홀릭이었던 저자는 
명품 옷은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명품백은 반값도 안 되는 헐값에 중고로 팔아버린 후 원목 옷걸이 50개를 구매하였다.
신발은 16켤레, 옷은 늘 50개 이하로 구비하여 작은 집이 더 넓고 깔끔해보이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한다.

나는 중학생 때 입었던 옷이 지금도 맞기에 옷을 구매한다기보다는 어렸을 적 옷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많아지게 되었다.
그 중에는 친척들이 준 빈티지 풍 옷들도 상당히 많은데, 깨끗하게 세탁하여 입으면 아무 문제 없기에 가끔 꺼내 입고 있다.
그러다가 매년 봄, 겨울이 되어 옷을 정리할 때가 되면 3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지 않을 것으로 간주하고 버린다.
이런 내 선택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미니멀라이프를 살다보면 반드시 꾸미고자 하는 여성의 본능에 맞서게 된다.
네일아트도 받아야 하고, 헤어 클리닉도 받아야 하고, 피부과 시술도 받아야 하고, 제모도 해야 하는데..
이는 각자의 선택에 따른 문제로서 정확히 단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담배를 끊거나 술을 줄이듯이, 여자들도 네일샵을 끊거나 화장품 갯수를 줄일 수 있다.

비싼 화장품을 살 돈으로 필요할 때 단골 피부과를 찾는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나는 뾰루지를 화장품으로 관리하지 않고 의사 손에 맡긴다. 자외선으로 생긴 기미와 잡티를 미백 화장품으로 옅게 만들어 본 기억이 없어서 피부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받는다. 

p. 52
그러던 중 얼굴이 지나치게 밋밋한 것 같아 눈썹을 또렷하게 보이게 해주는 아이브로우 제품 하나를 추가했다. 

p. 57
그래서 지금은 네일 숍에서 손톱 모양을 다듬는 기본 관리만 가끔 받는다. 

p. 63
또 미용실에서 주기적으로 트리트먼트를 받기도 하는데, 집에 셀프 헤어 케어 제품을 없애버린 탓도 있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관리가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p. 67
다리 털과 같은 곳은 레이저 시술로 영구적인 제모를 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곧 요리될 닭도 아니고 털을 다 태워 없애는 것이 마뜩잖기 때문에 샤워를 할 때 틈틈이 직접 한다. 

p. 71


위의 다섯가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미니멀라이프를 택했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저자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미니멀 미용을 택한 셈이다.
효과 적은 비싼 화장품 대신 피부과를 찾고, 아이브로우 하나로 메이크업에 생기를 부여하며, 네일아트 대신 케어만 받고, 
집에서는 샴푸만 쓰고 헤어샵에서 관리를 받는다. 
유전의 힘으로 털이 많이 나지 않아서 레이저 제모는 하지 않는다.

그녀와는 또 다른 신체를 지니고 있는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애초에 비싼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고 피부가 좋은 편이라서 피부과는 가지 않는데, 
무엇보다도 레이저 시술로 지워졌던 점, 기미, 주근깨 등이 3~4개월만에 다시 올라와서 시술받는 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아침 아이브로우 그리기 귀찮아서 반영구 눈썹 시술을 받는데, 그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되어 꽤나 유용하다.
네일아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치로서, 
리락쿠마, 헬로우키티, 바비와 같은 캐릭터가 내 손톱 위에 올려져 있는 걸 보면 행복해진다.
헤어의 경우는 헤어샵에서 받는 클리닉 효과가 일주일을 채 못가는데 반해 그 비용이 너무나 비싸서 
그냥 헤어 오일, 헤어 에센스, 헤어 트리트먼트로 꾸준히 자가 관리하고 있다.
털의 문제에 있어서는 나도 꽤나 비슷해서, 팔, 다리에는 털이 잘 안 나기때문에 '닭살' 이라는 소리까지 들어봤는데, 
겨드랑이 털 부분은 10년 전 제모한 이후 잘 나지 않아서 편하게 살고 있다.

이렇듯 여자의 미용 분야는 꽤나 복잡하고 섬세하기 때문에 
그 누가 "너는 이걸 하지 말고 저걸 해야해. 미용 샵은 가지 말고 집에서 관리해야해." 라고 콕 찝어서 정해줄 수가 없다.
각자 나름의 미니멀 미용 라이프를 살 뿐이다.








소식하면 건강에도 좋고 몸매 관리에도 좋아서 결과적으로 인생이 즐거워진다.
저자가 식생활에서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는 유기농 식단과 홍차이다.

소박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순간 내 머릿속 칼로리 계산기는 고장이 나고, 몸 어딘가에 축적될 케이크에서 온 미래의 지방이 온몸을 따뜻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차는 혼자 마셔도 즐겁고, 사람들과 어울려 마실 때도 즐거운 모양이다. 

p. 106~108


책을 읽는 내내 나와 성향이 다르다고 느꼈던 저자에게 한 번에 공감하게 된 대목이다.
애프터눈 티를 무지하게 사랑한다.
소설 '빨간머리 앤' 에서 앤과 다이애나가 숲 속에서 간단한 다과를 먹은 대목,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미친 차 파티에 앨리스가 초대된 대목 모두모두 기억에 남고 좋아한다.

애프터눈 티라는 문화는 우리네 바쁜 한국인들은 좀처럼 즐기기 힘든 거라서 더욱 갈망하고 늘 원하고 있다.
싱가폴 여행가서 비싼 돈 주고 예약하여 즐겼던 호텔의 애프터눈 티 타임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홍콩 여행 갔을 때도, 가장 최근에 하와이에 갔을 때에도 일정 중 하루는 무조건 애프터눈 티가 들어 있어야 했다.



에세이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소유에 대한 욕망을 어찌할 수 없다.
완전히 비우고 살 수는 없기에 다른 인스타그래머들과 함께 #미니멀게임 #minsgame으로 매일 비워볼까 한다.
1일엔 1개, 2일엔 2개.... 31일엔 31개의 물건을 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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