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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센스 1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7월
평점 :
- 그남
정지후는 마조키스트이다.
그가 가학용 목줄을 주문한 게 회사 내 같은 기획개발팀의 사원 정지우에게 잘못 배달된다.
계속 전전긍긍하면서도 강아지와 같은 성격을 버리지 못하는 그는 목줄에 '미호' 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아낀다.
그는 결국 정지우를 주인님으로 삼고 그녀에게 감동받을 때마다 강아지처럼 '질질 짠다.'
"크게 부딪치셨잖아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시려구요!"
갖고 싶지 않아요?
주인님이요.
p. 55
정지우의 늘 차분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강한 성격은 정지후의 마음을 뒤흔든다.
오해건 아니건 일단 정지후를 주인님으로 삼고 싶은 생각만이 가득하고, 결국 머릿 속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만다.
혹시 저랑 같은 취향인 거라면... 그래서 그때처럼 나에게 명령하고 싶은 거라면- 하세요!
뭐든지 좋으니까 단호하게...! 개라고 생각하고!!
p. 89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처리하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황당한 '변태적인' 요구도 잠시 생각해 본 후에 받아들이는 그녀는 그에게 하늘에서 강림한 주인님이다.
그녀가 하는 모든 '바닐라적인' 일반적인 언행은 마조키스트 정지후에게는 그저 주인님의 놀라운 그것일뿐이다.
그래서 답답하다.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버리는 남자라니...
이보다 더 심한 자의식과잉주의자가 어디 있겠는가......
"찾아보니까 뭔가, 보통은 때리고 벗기고 그런 식이던데... 역시 저에겐 무리에요."
"아뇨, 저도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 찾아 보셨어요?"
"네."
"좀 생각해보신 거예요?"
"예? ... 그게 아니라,"
"와... 기쁜데요?"
p. 133
그런 정지우는 사내에서 누구에게나 호감형인 사원이다.
상사도 승진할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일 잘하는 사람으로 여성 직원들이 흠모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일찍 출근하시네요? 아침은 드셨어요?"
그러나 자연스럽게 사교 멘트가 나오는 타입.
p. 65
"제가 해볼게요. 주세요! 이전 데이터 찾아보면서 하겠습니다.
이것도 정리해 두면 되죠? 또 맡기실 일 없으세요?"
p. 99
때론 겉과 속이 다른 정지후의 행동을 보면서 중학생 때 친구가 머릿 속에 떠올랐다.
나와 함께 길을 걷던 친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어! 선생님!" 이라고 굉장히 반갑게 외치더니, 둘이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그 다음 바로 "아, 저 여자 완전 재수없어."
...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지만 사회 생활하는데는 정말 편할 성격의 인간이 그 애뿐만이 아니었다.
정지후는 그 속을 알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이쁨받고 성공할 타입의 인간이다.
"혼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손이 많이 가는 아이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어쨌든 남이 기대하는 대로 움직이게 되더라구요. 사회적인 평판이 좋은, 친절한 사람으로. 하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춘 내 모습을 충족시키려고 아등바등하는... 멍청할 놈일 뿐이죠."
한심하고, 어디까지나 계기이고, 취향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저 소심한 인간일 뿐이라고... 누군가 그렇게 말해줬으면 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했다.
p. 169
정지후를 계속 보면서 생각한 건, '역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나?' 라는 것이다.
성격적인 면에서 너무나 흠 잡을 데가 없거나 늘 얌전하고 조용한 인간을 보면
그 속엔 대체 뭐가 들어 있을지 의심부터 하게 될 정도이다.
솔직히 정지후가 마조키스트라는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주면 그만이니.
그저 그 이중적인 모습이 살짝 소름끼치게 느껴진다.
- 그녀
소심하면서도 속으로 끙끙 앓는 성격의 정지후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게 바로 그의 주인님, 정지우이다.
물론 그녀도 사람인지라 어떤 행동을 하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머릿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흘러간다.
상사인 정지후에게 소리친 듯 한 발언을 사과하려고 며칠을 고민한 거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자주적인 인간이며,
무엇이든지 그리 오래 그리고 그리 심각하게 골몰하지 않는다.
"얼른요, 주인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참 잘했어요."
p. 182
겉으로는 다른 누군가처럼 굉장히 평범해 보이거나, 아니 누구보다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던 남성이
알고 보니 마조키스트라는 사실에 충격받지 않을 여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다.
정지우는 몇 안 되는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 없는' 사람들 중의 하나다.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에 'open-minded' 라고 충분히 쓸 수 있을 법한 그런 류의 사람말이다.
"시간을 좀 가지자."
"...그래."
'그게 다야? 할 말 없어?'
'왠지... 그런 말 할 것 같았어.'
p. 284
남녀간의 이별이라는 큰 사건에도 정지우는 상황이 그래서 그럴 법하다고 여기고 쉽게 수긍한다.
자신보다 좋은 직장을 가졌다는 이유로 헤어짐을 결심한 쪼잔한 전남친 장현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대인배이다.
"유나 언니는 오해한 게 없어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매사에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지우 씨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에서부터.'
p. 95
정지우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 굳이 숨길 이유를 찾지 못한다.
자신이 정지후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 앞에서 드러낼 수 있다.
"잘 들어요! 당신한텐 별로여도 나한텐 좋아할 가치가 있는 건, 그 외에도 많이 있을 거라구요!"
p. 230
정지후의 옛 여친에게 사이다같이 속 시원하게 말 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걸크러쉬가 절로 생길 정도이다.
우리나라 여성들 대부분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걸 그녀는 직접 앞으로 나서서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 쑥덕쑥덕
정지후와 정지우의 이야기는 그들의 속내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같은 부서 직원들의 좋은 안주거리가 된다.
정지후 혹은 정지우와 친구처럼 친한 사원 한 명이 아니라, 특히 여사원들 모두는 정지후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그와 정지우와의 관계에 대해 매일 매일 알고 싶어한다.
"왠지는 몰라도, 오늘 마주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주고 가서..."
'둘이 사귄단 소문이 어느새 많이 퍼졌군...'
'얜 우리가 말해주지 않으면 진짜 모르네... 사내 소문...'
p. 241
그러니까 이런 건... 너무너무 질린다.
우리 모두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며, 나와 그 누군가, 그리고 또다른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과 친하지도 않은 그냥 같은 회사 동료일 뿐인 사람들에 대해 제3자가 그렇게 말을 해야 하는가.
이건 명백히 남의 사생활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장소가 학교이든 - 그래도 이건 어린 날의 호르몬 분비나 치기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 직장이든
어느 시골 동네처럼 남의 얘기가지고 사사건건 떠들고 앉아 있는 건 정말 시간 낭비이다.
온라인 상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연예인 기사에 악플 다는 거랑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만 좀 남의 사생활로 떠들고 자신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한다.
인생은 다른 사람에게 신경쓰기에는 너무 짧고 소중하지 않은가.
이 웹툰 두 권에서 가장 좋았던 건 귀여운 강아지 '복서' 이다.
(아, 물론 강아지와 닮은 것 같이 묘사되었던 정지후는 전혀 상관없다.)
복서가 중간 중간 짜증나는 나의 마음을 상당 부분 달래 주었다.
마조키스트이건 새디스트이건 나와는 너무나 먼 별개의 단어들이라서 관심이 가지 않는다.
나의 초점은 오로지 정지후와 정지우, 그리고 인물 하나 하나의 성격에 맞춰졌다.
이 웹툰에 대해 말하자면, 확실히 지루하진 않다.
글씨도 그림도 큼직큼직해서 한 권 당 20분이면 다 읽으니 시간도 그리 소비하지 않는다.
내용은 개인차이니 별로 말 할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