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고집불통 할아버지




페르디낭 브룅은 여러가지 사례들로 비추어 보아 굉장한 고집불통 노인네이다. 

그가 이혼 후 이사 온 보나파르트가 8번지의 이웃들은 그를 싫어하여 내보낼 계획을 세우게 될 지경이다.


페르디낭의 악행은 상당히 많은데, 일부러 이웃 노파들을 언짢게 하려기 보다는 못살게 괴롭히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가식적인 친절함 - 그가 생각하기에 -에  무례함으로 응징하는 이러한 그의 적대감은 처세술이자 생존법이 되었다.

그리하여 연쇄살인범 흉내를 내기도 하고, 피지도 않는 담배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행동에 어떤 이유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일까?

그는 자신이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게 불운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그저 누군가를 놀리길 좋아하는 솔직한 사람일 뿐, 남들이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한다.

그는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권태를 잊지 위해 못되게 구는 행동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서 그의 이상하고 괴팍한 행동에 대한 변명거리가 될 만 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내 루이즈가 자신을 두고 바람 핀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결혼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은 그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결국, 그는 세상에 대한 불만족을 온갖 핑계거리로 삼아 무고한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셈이다.

그는 정말 '너무한' 노인네이다.















여성들에 대한 절망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을 가진 남성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과 반대되는 성별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자리한다는 거다.

이에 있어서 페르디낭 브룅은 아주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그의 어머니는 여동생을 출산하다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여동생은 사산아였다.

할머니는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갔다가 감기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하게 되었다.

자식인 딸에게도 애정을 쏟지 않아 마리옹은 싱가포르에 가서 살게 된다.

어머니와 여동생, 할머니에 대해서는 과연 그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바로 여기서 그의 여성들에 대한 절망이 싹 튼 것일까?


그는 여성들이 애정을 미끼로 하는 협박이나 교활함, 속박을 싫어한다.

그래서 암캐인 데이지에게 엄청난 애착을 쏟게 된다.

그렇기에 아파트 관리인인 쉬아레 부인이 데이지를 차에 치이게 했다고 생각했을 때 자살 시도까지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들을 아주 싫어하는가 하면 또 그런 건 아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에게 아주 친절하거나 이상형의 여성을 보면 금새 마음에 들어 한다.

먼저 다가온 꼬마 줄리엣이 그러했고, 

자신을 '친절한 이웃집 할아버지' 라 부르며 커피, 식사 등에 초대하고 

변호사 신분으로 살인 혐의를 풀어주기까지 한 베아트리스 클로델에게 반한다. 
그러나 그의 고백에 클로델은 거절로 답한다.

나중에 브릿지게임에서 만난 마들렌에게는 첫 눈에 반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에는 마들렌도 그에게 반했는지 자신의 손녀인 줄리엣에게 연신 그의 근황을 물어본다.










애완견에 대한 애착



바람 핀 아내와 이혼 후, 데이지는 페르디낭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데이지는 그에게 애정을 요구하거나 밀당을 하지도 보채지도 않는다.

그런 데이지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페르디낭의 슬픔은 엄청나다.


노인과 애완견, 혹은 애완묘의 관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양에선 '고양이를 키우는 고리타분한 늙은 독신 여성' 에 대한 비하가 자주 언급되었고, 

심지어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들의 우울증을 막기 위한 애완용 로봇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60대 노인이 자신의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기 위해 수억을 내걸기도 했고,

치매 노인의 치료와 증상 완화를 위해 애완견을 이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페르디낭이 데이지를 그토록 사랑하는 건 여성사람들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도 한 몫 했지만, 

더불어 그는 힘없는 노인이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건 말없는 동물뿐이라는 이유도 있다.
















소녀와 할아버지




어느 날 페르디낭에게 찾아 온 소녀 줄리엣은, 자신과 할아버지의 관계를 의심하는 아버지까지 뿌리치고 그와 점심식사를 한다.

페르디낭 집의 청결 상태를 꼼꼼히 검사하는 가 하면, 식사나 약을 거르지는 않는지 참견한다.

자신이 할 말을 다 하면서도 페르디낭에게 맞서고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할 줄 아는 그녀는 결국 페르디낭을 변화시킨다.



마법처럼 문이 열렸다. '열려라, 참깨'도 이보다는 더 효과적이지 않을 듯하다. 기만적으로 태연하게 페르디낭이 말했다.

"점심 같이 먹으려고 널 기다리고 있었다, 꼬마야. 준비 완료야. 어서 들어와, 음식이 식고 있단다.... (후략)"

p. 88



그의 근심거리는 바로 이것이다! 줄리엣이 하루 종일 오지 않았다. 아이가 다시 오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페르디낭은 점심 심사를 같이 하려고 아이를 기다렸다. 학수고대? 뭐, 너무 그렇게 과장할 건 없지만 시치미 떼고 있는 이 꼬맹이는 함께 있기에 꽤 졶은 친구다. 

p. 102



마침내 줄리엣과 페르디낭은 속 깊은 이야기를 과감없이 나누는 사이가 되고, 

페르디낭은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이야기를 줄리엣에게는 모두 털어놓게 된다.



"아니, 할아버지는 대체 몇 세기에 사시는 거에요? 어떤 여자도 할아버지가 하는 말과 행동의 1퍼센트도 참아줄 수 없을 거에요. (중략) 여자들은 할아버지한테서 달아나는 거에요. 할아버지가 그녀들이 달아나게끔 하기 때문에요. (중략) 할아버지는 궤도를 수정할 시간이 아직 있다고요. 따님인 마리옹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태도를 바꾸세요. 

p. 193





소녀의 진심어린 충고에 삶을 '거대한 농담' 이라고 여기며 멋대로 살아가던 페르디낭도 태도 전환을 하게 된다.

집을 깨끗이 정돈하고, 손자 걱정을 하며, 전에는 하지 못했을 행동들을 한다.

어찌 됐든 해피엔딩이니 소설 읽는 경험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요새 유행하는 '눈길을 끄는 표지' + 할아버지' 시리즈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오베라는 남자] 를 읽고 좋아했다면, 

이 소설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거 아니에요] 도 좋아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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