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퀸 : 적혈의 여왕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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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릿 + 판타지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주인공이 13~19살 사이의 청소년 여자여야 하고, 그녀를 중심으로 여러 남자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트와일라잇', '섀도우 헌터스',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등이 일맥상통하다.

위의 소설들을 모두 원작도서와 영화 시리즈로 접하였으며, 소장하고 있는 도서도 많다.

반면 소녀가 성장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닌 '나니아 연대기',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가 조금 재미없기도 하다.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은 어떠한가?

딱 내가 좋아하는 소녀 주인공에 소녀 주변으로 많은 남자들이 있다.

최소 2명 이상의 남자들, 완벽하다.

작가가 피터 잭슨, J. R. R. 톨킨, C. S. 루이스, J. K. 롤링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내 맘에 쏙 드는 소설이다.


주인공 메어 배로우는 십대 소녀로, 그녀 주변에는 킬런 워렌이라는 친구가 있다.

마치 '헝거게임' 에서 그랬듯이 그녀는 킬런을 친구로만 생각하지만 애틋한 감정이 많아 계속해서 도와준다.

그런가하면 약혼자이자 왕자인 메이븐이 있다.

비록 왕과 왕비에 의한 전략적 결혼이기는 해도 메이븐에게 감화를 받아 그를 진정으로 아낀다.

그런데 여기서 '트와일라잇' 의 벨라보다 더 한 상황이 나타난다.

적혈의 마을에서 처음 본 왕세자 칼과 운명적으로 끌리게 되고 그 감정을 어찌할 수 없다.

칼에게는 약혼자 에반젤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해서 메어 배로우가 벨라처럼 욕을 먹어야 하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메이븐은 처음부터 그녀를 이용할 목적이었기에 그녀의 러브라인에서 제외된다.

메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칼인것처럼 묘사된다.




그는 문틀에 기대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그의 발은, 마치 그럴 수 없는 것처럼 결코 내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면 그러면 안 된다는 듯이. 너는 칼의 동생의 아내가 될 거잖아. 그리고 그는 이제 전쟁터로 갈 거고.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II  p. 30



그가 내 손을 잡고는 나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긴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동생을 배반하고 있다. 나는 나의 조직, 메이븐, 심지어 나 자신까지도 배반하고 있지만, 멈추고 싶지 않다.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II p. 50












계급사회


영화 '설국열차' 에서는 기차의 칸 별로 계급이 존재한다.

꼬리칸, 감옥칸, 단백질 블록 생산칸, 온실칸, 객실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꼬리칸은 난민촌이며 앞으로 갈 수록 혜택받은 자들의 장소로 바뀐다.


'설국열차' 의 수직버전이라 불리는 영화 '하이라이즈' 에서 건물 주민들은 각자의 신분에 맞는 층에 거주한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신분에서 벗어나 다른 층으로 옮겨갈 수 없으며, 이로 인해 갈등이 시작된다.


소설 '헝거게임' 에서는 1~13구역별로 각자의 역할이 있다.

사치품 제조, 무기류 제조, 수산물 생산, 곡물 생산, 탄광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수도인 캐피톨에 모든 것을 바친다.

이들은 캐피톨을 먹여 살리기 위한 거대한 톱니바퀴의 톱니에 지나지 않는다.


한 편, 소설 '다이버전트' 에서는 구역 대신 분파에 의해 사람들이 나뉜다.

애브니게이션, 애머티, 캔더, 돈트리스, 에러다이트 등의 분파는 자신이 태어날 때 피와 가족으로 이미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따르지 않고 모두 아우르는 분파가 바로 다이버전트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와 소설 속 계급사회에 비해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의 구조는 굉장히 단순하다.

적혈과 은혈.

게다가 구분하는 방법도 간단해서 붉은 피의 적혈, 은색 피의 은혈이고, 

은혈은 정신지배, 치료, 금속 조종 등의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적혈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은혈의 초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앞서 언급한 다이버전트와 같은 개념으로,

메어 배로우가 그러한 인물들 중 하나이다.
그녀는 어떤 은혈보다도 강해서 다른 도구 없이도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저항


소설 속 소녀들은 현실 속 소녀들과는 달리 강하며, 대의를 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내가 그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핍박받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면,

나 역시도 그들과 같지 않았을까?


'헝거게임' 에서 주인공 캣니스는 여동생을 대신해 자원하여 헝거게임에 출전하게 되고,

그 곳에서 지배층의 기대에 부흥하는 듯 하다가도 결국 저항군의 편에 서서 모든 구역을 이끌고 싸운다.

'다이버전트' 에서 주인공 트리스는 다이버전트로서 권력층 제닌의 음모를 알게 되고 그에 맞서 싸운다.


그렇다면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속 메어 배로우는 어떠한가?

그녀가 처음부터 은혈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권력사회를 깨부수려 했던 건 아니다.

애초에 왕궁 하녀가 된 것도 자의가 아닌 왕세자 칼에 의한 타의였으며,

왕자의 약혼자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도 몰랐던 힘을 우연히 선 보이게 되었고,

오빠 쉐이드가 속한 진홍의 군대를 돕게 된 것도 그녀 스스로의 힘 보다는 

약혼자이자 왕자인 메이븐의 독려와 설득이 컸다.

애초에 은혈임에도 불구하고 진홍의 군대에 들어가 적혈을 도우려는 메이븐에게 휩쓸렸다고 할 수 있다.

메어 배로우는 캣니스나 트리스와는 달리 타고난 싸움꾼, 혹은 저항자가 아니었다.

우연, 아니면 어떤 운명이 그녀를 그 자리로 데리고 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어가 다른 두 소녀들보다 훨씬 나은 점이 있다.

그건 어마어마한 초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캣니스는 활을 쏴서 명중시키는 능력을 지녔고,

트리스는 모든 분파의 감성을 갖고 태어나 지배층의 정신 지배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능력이 없다.

이에 반해 메어 배로우는 은혈도 못 하는 무언가를 '생산'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힘이 그녀로 하여금 저항군의 편에 서도록 이끄는 것이고, 의지는 힘에 따라가는 셈이다.









조력자



아무리 각박한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나를 도와준다.

이는 우리네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소설 속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헝거게임' 에서는 캣니스를 최고로 돋보이게 멋진 의상을 만든 디자이너, 게임 설계자 플루타르크, 멘토 헤이미치 등이 

캣니스를 도와 캐피톨을 무너뜨리는 데 한 몫하는 조력자들로 나서고,

'트와일라잇' 에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뱀파이어들이 컬렌가를 돕기 위해 볼투리가에 맞선다.


그리고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에서도 메어 배로우를 돕는 인물들이 있다.

메어에게 의전 수업을 해주는 줄리언은 은혈이자 자신의 처남이 왕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사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루카스는 그가 속한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친절한 은혈로, 나를 수행하면서 의도치 않게 도움을 주게 된다.

소설 속에서 일어난 진홍의 군대의 반격, 킬런의 탈옥 등은 모두 어린 소녀인 메어 배로우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녀 곁에 있는 그녀 자신보다 경험과 지혜가 풍부한 이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힐 것만 같은 은혈들만의 사회에서 메어 베로우가 살아 남을 수 있던 건 이들 덕분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 또한 마찬가지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라는 말이 있어봤자 내 주변인들 없이 난 살아갈 수 없다.

내가 혼자 이뤄낸 것만 같은 일들, 그것들도 알고 보면 그 누군가의 덕택이다.











영화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은 이미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나는 이 소설 시리즈가 인기있는 영화로 되살아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섀도우 헌터스' 처럼 관객층을 잘못 파악하여 지나치게 유치한 영화로 만들거나, 엉성한 로맨스 라인만 형성하지 않길 바란다.


내내 칙칙한 색깔의 옷을 입고 싸우는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등과는 달리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에서는 메어 배로우가 화려한 의상을 입고 화장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것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사치스러운 장식의 왕궁을 들여다보는 건 빅토리아 시대의 궁궐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모든 구조가 그의 명령을 따라 정원의 바닥이 거대한 원으로 넓어질 때까지 이동한다. 낮은 층의 테라스들은 뒤로 물러나며 더 높은 층의 테라스들과 조정되고, 나선 모양은 하늘을 향해 열린 거대한 원통 형태가 된다. 테라스들이 움직이는 동안 바닥은 낮아지다가 가장 낮은 층의 특별석 아래로 거의 6미터쯤 낮아지고 나서야 멈춘다. 분수는 폭포로 바뀌어서, 원통 모양의 꼭대기에서부터 바닥에까지 물을 쏟아내고, 그곳에는 곧 깊고 좁은 웅덩이들이 생긴다. 우리가 선 단은 미끄러져서 왕의 특별석 위쪽에 가서 멈춘가. 그 덕에 저 멀리 아래쪽의 바닥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잘 보이는 자리가 된다.


레드 퀸 : 적혈의 여왕 I  p. 112





오랜만에 흥미로운 칙릿 + 판타지 소설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어서 다음 편을 읽을 수 있길, 하루 빨리 영화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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