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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 본격 애묘 개그 만화
강아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4월
평점 :
프롤로그
솔직히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고 해야 맞겠지.
반면에 강아지는 엄청 좋아한다.
길가다가도 강아지가 보이기라도 하면 목이 돌아갈 정도이다.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것도 프랑스, 영국, 미국 소설을 좋아한다.
나의 이런 편협한 독서 습관을 막아주기 위해 나타났다.
'고양이 털갈이엔 브레이크가 없지.'
그렇다.
변명은 저리 치워 버리고, 순전히 '재미' 때문에 읽게 되었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처음에는 애초에 이 책이 페이스북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런데 그렇다더라.
찾아 보았더니 꽤 재미있게 연재중이었다.
졸지에 팬이 되었고, 두번째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집사 1호기
고양이에 관한 많은 속설들을 보자면, 고양이는 인간을 자신의 '주인' 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신을 케어해주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이끄는 '집사' 정도로 여긴다.
그게 나로 하여금 고양이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한 이유들 중 하나였는데,
생각해보면 인간이나 고양이나 다 똑같은 '동물' 인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집사겠는가.
아무튼 이 책에 나오는 집사 1호기는 바로 웹툰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엄청난 '고양이 덕후' 로서 고양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반하고, 사진 찍거나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주로 고양이 밥주기 등 갖가지 일 (chore)을 도맡아 하고 있고,
어쩐지 점점 고양이화되어 가는 듯 하다.
고양이처럼 '꾹꾹이'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게 그렇다.
다소 냉소적으로 보이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나에게 집착하지 않는 차가운 도시남/녀' 이미지에 반하는 걸까?
나는 전혀 귀엽다고 느끼지 않는 고양이의 여러 행동이나 표정을 보고 기어코 순간포착하려는 집사 1호기를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Every man to his taste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고양이가 자신을 할퀴고 발로 차고 잠 자는데 깨워도 괜찮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고양이 덕후' 인 셈이다.
집사 2호기
고양이 '초승달' 을 데리고 온 장본인으로서,
'집사' 임에도 불구, 고양이보다 한 수위의 모습을 선보이는 그녀이다.
무심한 듯 고양이를 바라보다가도, 집사 1호기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별 거 아닌 듯 척척 해낸다.
그야말로 '고양이 위에 군림하는 집사' 아닌가.
그녀를 보는 내 기분은 '사이다' 이다.
그녀는 마치 사람판 고양이인 듯 초승달과 닮아 있다.
서로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서로를 신경쓰고 있다.
자신이 아끼는 바지를 자꾸만 내동댕이치는 초승달을 보고도 결국엔 용서해주고 있다.
귀찮은 목욕시키기, 약 먹이기 등에서 언니를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결국 애초에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건 그녀 자신이 아니던가.
문득 생각해본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그녀와 같은 모습일까 하고.
물론 집사 2호기의 자발성과 나의 반의지는 전혀 다를 테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대하는 나의 모습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찌 됐든 같이 살게 되었으니 해 줄 건 해 줘야지.
고양이 '초승달'
작가는 진심어린 애정을 듬뿍 담아 초승달을 묘사했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자면 초승달의 행동은 '짜증 유발' 그 자체인 것들이 많다.
자기가 배고프다고 자고 있는 집사를 깨우질 않나, 집사 자리를 차지하고 주무시질 않나,
거기에 싫으면 발로 차기도 하는 고양이.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것이 '고양이' 인 걸.
이해하지 못하면 함께 살지 말아야겠지.
귀엽게 애교떨고 막 꼬리 흔들고 하는 건 강아지의 역할로 남겨야겠지.
이 책 속에서 초승달은 고양이이면서도 의인화된 모습으로 그려졌다.
처음과 달리 점점 아저씨화되는 과정이 보이기도 한다.
화가 나는데 자신에게 말 걸면 뒤돌아 앉는가 하면, 집사들이 싸우는 소리에 눈도 깜짝 안 한다.
또한 '전지적 고양이 시점' 으로도 많이 그려져 있다.
에필로그
이 만화책을 추천하겠는가?
적극 추천한다.
물론 애묘인에 한해서.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 털 그림이 진짜 먼지인줄 알고 털어낼 뻔 했다.
그만큼 털갈이에 대한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우다다', '그루밍' 등 전문적인 고양이 관련 용어도 나오고 있다.
읽어라.
당신이 고양이를 키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