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서머스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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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쁜 놈만 처단한다. 밤에 단잠을 잘 수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빌리가 나쁜 놈들 밑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건 맞지만 그는 이걸 도덕적인 딜레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놈들이 사람을 고용해 다른 나쁜 놈들을 죽인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총을 든 쓰레기 청소부라고 생각한다. - p.19}

청부 살인업자 빌리가 비인간적인고 몰인정하다고 여겨지는가. 그렇지 않다. 그는 어린아이를 죽이지 않고 여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반드시 ‘나쁜 놈’만 저격한다. 그는 사이코패스가 아닐 뿐더러, 오히려 작은 친절에 쉽게 감동받는 사람이다.

{이제 이 건물의 컴퓨터 서버에 접근하는 걸 허가받았거나 해킹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검색 할 수 있는 그의 사진이 남았다. 그는 상관없다고. 이번이 마지막 한탕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지만 그래도 싫다. 아주 찜찜하다. - p.70}

성공적인 저격수로서 흔적을 남기지않고 일을 계속해나가기위해선 완벽한 설계가 필수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번 일은 다르다. 내 모습이 찍힌 사진, 떠벌이 켄 호프, 자꾸만 친해지는 이웃이나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성까지. 이미 발을 담갔기에 되돌릴 수가 없다.

{4시에 그는 그때까지 쓴 글을 저장하고 노트북을 끈다. 내일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이 기다려진다. 어쩌면 그는 결국 작가일지 모른다. - p.103}

저격수이지만 시나리오의 완성을 위해 작가로 위장 취업 중인 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평소 소설을 즐겨읽는-그가 상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한 마디로, 교양을 갖춘 사람이다. 이제 일을 핑계로 자전적 소설을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면서?” 빌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닉에게 모노폴리 게임이나 그의 뒷마당에서 벌이는 파티나 필리스 스탠호프와 마신 술에 대해 알릴 필요는 없다. - p.176}

청부 살인업자가 이웃들과 안면을 트고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호감형 인간으로 산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빌리가 그렇다. 동네 꼬마애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사격으로 인형을 맞춰서 선물하는 아주 평범하면서 친절한 이웃.

{내가 어렸을 때 TV를 보며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이 세상은 셋으로 나뉘었다. F.W.S. 멀킨 보안관보가 내게 가르쳤던 것처럼 가끔 참아 가며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이 세 번째 부류다.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하는 회색 인간들이다. - p.200}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은 이 사회에서 통용되기 어렵다.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사람은 좋지만 일머리가 없는 사람을 무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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