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서점 -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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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분노로 욱신거렸다. 그렇게 유명해지려고 안간힘을 쓰던 벌레 같은 인간이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놨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보란 듯이 고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을 열었다. 책을 도로 덮은 그는 5년 전의 일을 끝마칠 때가 왔다고 직감했다. 물론 유명우 교수가 열겠다는 서점은 자신을 위한 덫이라는 걸 잘 알았다.

p. 41

영화 '노팅 힐' 속 여행 서적을 전문으로 파는 작고 아늑한 서점일까.

아니면 '네버 엔딩 스토리' 주인공 바스티안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통해서 숨은 서점일까.

에스테틱도 아닌 기억서점이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서이다.

그를 위해 펼쳐 놓은 덫인 셈이다.


"오늘 다 왜 이래? 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레커차를 불러! 내가 불러줄까? 응?"

p. 49

과연 사건의 발단은 유명우 교수였을까, 아니면 사냥꾼이었을까.

우리는 차도를 가로막고 고장난 차를 세운 사람을 보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일단 화부터 낼 것인가, 아니면 도와주려고 할 것인가.

유명우의 경우는 전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추측해 볼 수 있다.

후자를 택했어도 사냥꾼에게 걸려들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을.


"그러게 마음씨를 곱게 썼어야지. 안 그래?"

p. 52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의 특징이 자신이 입는 피해만을 못 견뎌하고, 남에게 입히는 피해는 전혀 생각하지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기때문에 만약 그런 이가 누군가를 돕고 사과하는 행동을 한들, 결국 그건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잘 보이기위해 멀쩡하게 보이기위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냥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이 차를 갓길에 세우지 않아서 교통 체증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누군가가 자신에게 화를 낸 것에 대해서만 짜증스럽게 여긴다.


범인은 책에 관한 엄청난 집착을 보여줬고, 이런 취향은 세월의 흐름 따위로 감춰지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명우 교수는 고서적을 들고 TV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p. 71

그러한 연유로 사냥꾼과 교수의 악연은 시작되었고, 교수는 사냥꾼을 다시 만나 복수하기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말든 방송이란 방송에는 모두 출연한다.

아내와 딸의 죽음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기억서점을 연다.

그것도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서점을 말이다.


"그래. 내 가족을 사랑했지 책 따위는 사랑하지 않아."

"천벌을 받을 거야. 너."

유명우 교수는 어이가 없어서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살인자 주제에 누가 누구보고 천벌을 받을 거란 소리를 하는 거야?"

"사람은 죽지만 책은 죽지 않으니까."

p. 139

그의 서점에 방문한 손님들 중 수상한 몇 명이 사냥꾼 후보로 추려진다.

독자는 과연 그들 중 진짜 사냥꾼이 누구인지, 후보 중에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해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추론하는 편이 아니기에 그저 이야기의 흐름대로 따라갈 뿐이다.

스릴러에서 탐정과 조수의 흥미진진한 추리 장르로 넘어가면서 전개가 빨라진다.


"이곳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니까요."

p. 281

유명우에게 명성과 돈은 아무 것도 아니다.

죽은 아내와 딸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한 복수를 하는 게 중요하다.

기억 서점도 다르지 않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 대한 기억을 위해서 존재한다.


소설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은 2~3시간 정도이다.

그만큼 흡입력이 좋고 어렵지 않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나와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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