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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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빅 엔젤이 최근 세 번이나 죽을 뻔한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예상치 못하게 부활하여 집으로 돌아와서는 더욱 오만하게 구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이 크기로 쪼그라들어 열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그마저도 보행기에 기대서 걷는 수준이었다.

p. 72

시한부 선고를 받은 빅 엔젤.

멕시코인 특유의 정서상 여전히 폭력(?)적이거나 농담조의 언사가 오가지만, 그래도 가족들 사이에 엄습한 우울함은 어쩔 수 없다.

집 안에 한 명이라도 아픈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된다.

나이가 드는 만큼 세포 역시 나이를 먹고, 그만큼 병명의 개수가 다양해진다.

우리 집에도 아픈 사람이 있다.

그게 주위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병이라서 더욱 힘들다.

나는 무지 건강하고 하는 일과 모든 것에 만족하는데, 가족이 아프다.

그것이 행복을 반감시키고 좌절시킨다.

가족이란 그렇게 어려운 관계이다.

나는 잘 살고 싶은데, 누군가가 자꾸 방해한다.


그의 일생을 통틀어, 그때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둘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동시에 그 옛날 따스한 해변에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p. 180

빅 엔젤과 아내는 나란히 누워서 좋았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혈기왕성한 십대.

미모를 뽐내던 아내와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 빅 엔젤.

그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혼자서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늙은 남성과 그의 아내가 있을 뿐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젊음은 세월 앞에 어찌할 수 없었고 둘은 무력하게 남아있다.

나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 날들이 많겠지만 - 희망컨대 - , 노화도 병도 죽음도 다 싫다.

그래서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가 드는 생각 하나.

늙어서도 그는 여전히 나를 예뻐해줄까?

우리 사이는 계속 좋은 상태일까?

히스패닉계 애들은 모두 슬리퍼를 무서워했다. 수백만 명의 멕시코 엄마들은 성질이 나면 퉁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며 애들이 비명을 지르도록 팬다. 한쪽 팔로 애들을 잡고서 다른 팔로는 볼기짝을 갈겨대는 것이다.

p. 28

빅 엔젤은 처음에 돈 안토니오가 되려 했다. 그 모습 말고 아는 게 또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 역시 인디오의 등을 허리띠로 채찍질했다.

p. 254

"이모 때문에 나 후끈 달아올랐어!"

그녀는 웃으면서 기예르모를 때렸지만, 그 애가 자기에게 기대 올 때 뜨거운 간지러움 역시 함께 느꼈다. 아, 안 돼. 나쁜 놈 같으니. 하지만 그녀도 한두 번 조카를 엉덩이로 민 적이 없지는 않았다.

p. 253

미드나 미국 자본이 들어간 영화 속에서 등장한 멕시코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카르텔의 나라 멕시코.

의문사가 많은 나라.

중년 이후 비만도가 높은 국민들.

부모의 자녀에 대한 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

성적인 대화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곳.

다 나의 편견인 줄 알았는데 소설 속에 그대로 나와서 놀랐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정서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간접적인 경험이 많아서그런지 어색하지는 않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만약 애초에 멕시코에서 태어났다면 당연한 듯 잘 살아갔겠지?

 
 

소설을 다 읽고나니, 멕시코 연속극 한 편을 정주행으로 몰아서 본 기분이다.

딱히 공감이 되는 내용은 없었지만, 흔한 멕시코 가정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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