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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ㅣ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최근 들어 군산, 목포, 부산, 인천, 순천, 통영 등의 항구도시들에서 이른바 '적산敵産 가옥'의 보존과 복원에 대해서 여러 노력들이 있어 왔고 나름 지역의 관광 자산이 되기도 했다.
p. 110
김진애는 다양한 도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저분한 간판,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나름 자랑스러워할 만하다는 게 요지이다.
물론 과거의 산물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현대의 성냥갑이 그 자리를 대신해나가는 와중에서도 유산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중 유명한 게 목포 근대 도시건축투어, 이른바 '손혜원 투어' 이다.
분명 암울한 우리네 역사가 담겨져있는 건물들인데 실제로 가 보면 예뻐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 숲과는 확연히 다른 광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곳에 간 이 들 중 몇몇은 그저 예쁜 건물에 감탄할 것이고, 다른 몇몇은 그 속에 숨은 뜻까지 찾으려 애쓸 것이다.
둘 중 어느 유형이든간에, 도시 지자체에 있어서는 분명 훌륭한 관광 자원이고, 과거사를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가 자주 되뇌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다.
p. 114
그래서 다크 투어리즘이 필요하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장려해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쁜 궁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인스타 게시용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서대문형무소에 가서 우리 민족이 어떤 아픔을 지니고 있고, 어떻게 이를 극복해왔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과거가 없는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고, 지난 날의 실수를 통한 깨달음 없이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자기네 역사도 모르는 무지한 옆나라 사람들과 같아서는 안 된다.
이민자의 나라로 세워진 - 미국 원주민이 있지만 -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뉴욕 자연사박물관는 세계적 관광지가 되었다.
동네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리니 원조 가게들이 버티지 못해서 나가고 그 자리에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들어선다.
p. 270
연예인 홍석천이 이태원 소재 음식점을 두어개 접은 게 크게 회자되었다.
매우 유명한 사람이 낸 인기 식당이 폐업한 것이다.
이태원, 가로수길, 합정, 상수에는 저마다의 분위기가 있다.
자유롭고 남의 눈 신경 안 쓰는 이태원, 8등신의 모델들이 많이 보이고 고급지며 깔끔한 분위기의 가로수길, 숨은 맛집이 많은 합정과 상수.
그런데 이 거리들이 높은 임대료를 이유로 전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로 뒤덮인다면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사라진다.
누군가는 맛 때문에, 누군가는 특이한 분위기때문에, 또 누군가는 인스타 감성의 포토존을 위해 가는데,
프랜차이즈는 우리 집 근처에도 있기 때문이다.
ㅂ자 돌림병은 이른바 부정, 부패, 비리, 부실, 부당 이익 등에 내가 붙인 일종의 별칭이다.
p. 238
이게 다 ㅂ자 돌림병에 기인한다.
땅과 건물을 투자의 대상으로 삼아 부당 이익을 취하려하는 이들,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하여 시의원, 국회의원,
경찰과 검찰에게 부정부패를 일삼는 이들, 비리의 중심인 정치인과 검경, 결과적으로 부실 공사를 하는 건축사.
건축 자재를 살 돈을 얼마나 빼돌렸는지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외벽은 예전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얇다.
이는 결과적으로 겨울철 결로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낳는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하여 4대강을 건드리고 강을 개발한답시고 뛰어든 여러 업체들이 계속하여 검은 돈을 번다.
오염된 4대강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약품을 뿌리는 업체들 또한 부당한 돈을 번다.
ㅂ자 돌림병이 있는한 대한민국은 부실 공사와 우울한 건축물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