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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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풍경은 광활한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녹색 창가에서 시작된다. 굴뚝이 초라하게 솟은 작은 벽돌집 2층에 달려 있는 창. 난 그 창과 꼭 붙어 자리 잡고 있는 침대에 누워 마저 남은 해의 끄트머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굳이 짚어 말하자면 특정한 것을 구경했다기보다 나의 동공이 그곳을 향해 있었다는 표현이 가깝겠다.

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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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악뮤 이찬혁이 새 앨범 [항해] 를 독자에게 더욱 쉽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낸 첫번째 소설.

그의 머릿 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꿈틀대고 있는지, 가사를 통해서 무얼 전달하고 싶은지,

그도 아니면 미처 못다한 말이 무엇인지 책 한 권에 담아냈다.

혹자는 책을 읽고서 허세를 경험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중2병을 떠올릴 수도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책을 읽고도 이해가 안 된다거나 깊은 공감이 안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사랑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로 치자면, 위의 모든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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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번역서를 읽는 기분도 들게 된 풍경 묘사는 어느 정도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있다.

내가 바닷가 카페 안에서 직접 바다 풍경을 보는 것 같달까?

지중해, 프로방스, 유럽 모든 걸 떠올리게 하는 풍경 묘사이다.

아무튼 지금 운동하고 놀고 일하고 살고 있는 나의 도시와는 지극히도 다른 배경이라서 더욱 끌리는 게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보는 장면이라면 별다른 감흥이 없겠지만, 가지지 못해서 더 갖고 싶다.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버터 향이 진득하게 퍼졌다. 클래식과 잘 어울리는 냄새였다.

"토스트 하고 있어요. 아침 먹을 시간이잖아요."

작은 오픈 주방에서 그녀가 말했다.

P.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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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소설이 좋다.

비록 직접 먹진 못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텍스트를 사랑한다.

그래서 한참 '조앤 플루크' 의 요리와 살인사건이 뒤섞인 시리즈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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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는 먹는 냄새가 그다지 많이 나진 않는다.

그보다는 주인공의 심경이나 타자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나타난다.

그래도 이따금씩 등장하는 음식 냄새는 나의 감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 중에서도 소설 초반에 아주 짧게 등장한 토스트가 자꾸만 기억난다.

커피와는 인연이 없는 나로서는, 토스트가 상쾌한 아침의 상징인 셈이다.

비록 소설 속에서는 '진짜' 아침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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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 나 얼룩말을 타보는 게 소원이야!"

"얼룩말이 소원이야, 타보는 게 소원이야?"

그녀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비밀 하나를 말해주는 것처럼 조심스레 대답했다.

"사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야. 얼룩말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보는 게 소원이야."

P.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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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그만큼 여러 부류의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

각종 특이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겐 따가운 시선을, 누군가에겐 질타를, 누군가에겐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참으로 단순한 존재이기도 해서 그 사람의 분위기나 외모가 사람의 평가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특한 행동' 을 자주 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한 사람은 옷을 후줄근하게 입고 사람들이 보통 선호하지 않는 외모를 가진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누가 봐도 잘 생겼다.

이 경우, 대개 전자에겐 비난이, 그리고 후자에겐 옹호섞인 발언과 때로는 칭찬이 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 하는 행동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을 둘러싼 외모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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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주인공 선이가 사랑한 해야가 적어도 선이에게는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야의 이상한 행위들은 선이에게는 독특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것, 그녀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거다.

어느 정도의 행위나 소원은 용납될 수 있지만, 만약 이게 범법 행위라는 범주에 들어선다면?

선이는 그마저도 용인하고 있다.

이게 말하는 게 과연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콩깍지?

그렇다면 애초에 사랑에 빠지게 된 원인은?




"아니면, 내 얼굴을 보기만 해도 돈을 내게 할 거야."

"음, 그건 그만한 가치가 있지."

그녀는 내 대답이 나쁘지 않았는지 입꼬리를 씰룩였다.

"공짜일 때 많이 봐두어야겠다."

나는 그녀의 정면으로 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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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 콩닥거림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시기가 있다.

자신이 연인을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는 지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뒤로 숨겨봤자 나만 알아봤자 무엇하겠는가.

"넌 나를 올려다 볼 때 너무 사랑스러워. 완전 100점 만점에 200점이야."

"난 키 작은 여자가 키 큰 남자에게 말하려고 까치발 드는 게 그렇게 귀엽더라. 안 그래?"

"내가 널 왜 좋아하냐고? 이뻐서."

이런 말을 들으면 행복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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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뇌하고 사유의 시간이 많은 소설 속 주인공조차 여자에게 빠지는 건 한순간이고, 사랑하는 건 남들과 같다.

아무리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과 조금은 다르다 한들, 남자는 남자이고, 연애는 연애인가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로맨스이기도 하다.



나는 악동뮤지션의 새 앨범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타이틀곡을 스쳐가듯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전곡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본 적은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살짝 의문이 든다.

과연 앨범을 듣고 소설을 읽어야 할 지, 아니면 소설을 먼저 읽고나서 앨범을 들어야 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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