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하나같이 멋진 그림이라서 마음이 끌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벤치에 앉아 빌딩가를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입니다. 아마 따님의 어린 시절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상상했습니다. 하늘의 푸른색과 하얀 빌딩이 비치는 수면도 아름답지만, 그걸 바라보는 귀여운 여자아이의 모습은 어딘가 환상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이 그림도 무단으로 다운로드하고, 크게 확대해서 프린트한 뒤 방에 장식해두었습니다. 낮에도 해가 잘 들지 않는 제 어두운 방 안에서, 그곳만 이상한 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p. 15


처음부터 소름이 끼치는 사람이다.


일본에는 왜 이토록 변태가 많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소설일 뿐일까.


그냥 소설로 치부하기엔 워낙 성적으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라서...


정중한 톤으로 말해봤자 변태다.


페이스북에서 누군가를 보고 그 사람이 하고 있는 목걸이를 보고 희미하지만 확대해본 후 그 때부터 계속 온라인 스토킹을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직접 장문의 메세지를 보낸다.


문자도 아니고 이메일도 아닌 페이스북 메신저로 말이다.


페이스북 메신저가 그렇게 편지글을 보내는데 사용되는 것이었던가?


내가 알기로는 현재 온라인 상태인 친구에게 즉각적인 대답을 받기 위해 짧은 문답이 오가는 통신 도구이다.


그런데 자기가 상대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쓸데없이 자세한 부연 설명과 함께 상대방을 무섭게 할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심지어 탐색 중인 상대가 그린 그림을 억지로 확대하고 출력하여 자신의 방 한 쪽 벽에 붙여놓는다.


내가 만약 이런 일을 직접 겪었다면 페이스북 내에서 차단 + 온라인 신고를 했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접촉이 된다면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다.


어디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나 있을까.


물론 내 계정 속 포스팅들을 할 수 있는 한 모두 지우고 탈퇴했겠지.


​​


미즈타니 씨의 메시지를 읽을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그리운 영화음악을 듣는 것 같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향수가 느껴지거든요.


메시지이기 때문일까요?


실제로 옛 친구나 지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전화로 이야기해도 이런 기분은 들지 않는데 말이에요.


p. 42

그런데 이 여자는 어디가 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일본인들은 이런 부류가 있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파헤치고 다니는 남자는 그냥 낯선 이가 아니라 결혼까지 할 뻔 했다가 파혼 당한 사람이다.


단순한 파혼이 아니라 여성 본인이 결혼식 당일 사라져서 깨진 건데, 메세지를 읽자마자 머리털이 곤두서는 기분이 들어야 마땅하다.


당장 이 남자를 차단하고 메세지를 지워도 시원찮을 판에, 과거에 대한 향수가 느껴진다고?


응??


응???


응?????


나의 상식과 감정선에서는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는 여성이다.


내가 딱히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일본인이라든가 아니면 적어도 이 소설 속 여주(라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내가 이상한 거야?


소설을 읽는 내내 왜 이 여성이 스토커의 메세지를 다 읽고 답해 주는지 의아해했다.


소설을 다 읽고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 어쩌면 둘의 공통적으로 어딘가 이상한 측면이 결혼 직전까지 이끌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사건들만 없었다면, 사실 천생연분이었을 지도.


​​


추신: 그런데 만일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주소를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편지 같은 걸 보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어디에 살고 계시는지 정도는 알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입니다.


p. 108


이 대목에선 '아, 이 자는 제대로 된 스토커이다. 뭔가 복수하려는 거구나. 무슨 일을 벌이려나보다.' 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게 된다.


주소를 물어보는데 이유가 매우 궁색맞다.


어디 살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싶다고?


왜?


도대체 왜??


니가 왜???


누가 봐도 스토커이고, 누가 봐도 '러브레터' 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 이야기를 쓴 건가, 실화를 쓴 건가, 미래를 예견하고 쓴 건가, 아니면 진짜 그야말로 '허구' 를 만들어 낸 건가.


​​


대단히 일반인들과 다르고 대단히 변태적이면서 대단히 스토커 성향이 다분한 싸이코의 비논리적인 글을 괜히 시간 내서 정성들여 읽은 기분이다.


책을 덮고 나서 한 마디만 했다.


"싸이코 새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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