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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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국 내가 그 엄마들을 싫어하게 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정말이지 누가 그런 수준의 이야기를 참으면서 들을 수 있겠는가? 누가 말없이 이어지는 평가를 참아내며 앉아 있겠는가?

p. 22

우리나라에서 매우 활성화되어있는 맘카페와 맘단톡방, 그리고 맘들의 오프라인 모임.

몰랐는데 미국에서도 - 적어도 부르클린에서는 - 활발하게 운영되나보다.

그래.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지 뭐.

우리나라에서는 '맘' 이라는 말이 조금 혐오스러운 어감으로 느껴진 지가 몇 년 되었다.

MOM + 벌레를 합쳐서 '맘충' 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나지 않았던가.

실제로 '정상적인'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을 하는 맘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소설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니 이는 차치하고, 맘카페로 되돌아가자.

맘카페에서는 회원들끼리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한다.

물론 대부분이 육아에 대한 것들로 때로는 도움을 주고 때로는 조언을 해주며, 또 때로는 주제 넘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주제 넘는 간섭이나 몹시 성가신 일이 될 수도 있다.

나 또한 결혼과 이사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카페들 중 두 군데를 가입했다.

대개는 소위 '눈팅' 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만 찾아서 읽는 편이지만, 가끔 정말 궁금한 것에 대해선 질문을 하기도 한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할 때도 있지만, 정성스러운 답변을 받게 되면 괜스리 고마워진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 중 많은 것들이 시간 소모적이고 쓸 데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게 부동산 카페이건, 신혼여행 카페이건, 아니면 맘카페 - 나는 평생 여기 가입하고싶지 않다. -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게시글을 올리고 공감을 얻으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오고, 할 일들이 없어 보인다.

소설 속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당사자인 위니는 그런 맘카페 모임 분위기에 지쳐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더욱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다.

 

"캐나다에서는 출산휴가 간 여자의 자리를 1년 동안 지켜줘요. 이 세상에 유급 휴가를 의무로 두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랑 파푸아뉴기니밖에 없다는 거 알아요? 가족의 가치를 그토록 중시하는 미국이 말이죠."

p. 52

유급휴가에 관해선 그동안 우리나라는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북유럽 복지국가들에 비하면 아직 나아갈 길이 멀긴 하고,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사무실의 경우엔 유급휴가가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가능하기도 하여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그건 그렇고 미국이 출산 유급휴가가 의무가 아니라는 건 이번에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라 놀라게 되었다.

맨 처음 선조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이후, 청교도 정신으로 이룩한 - 아니면 원주민을 짓밟으면서 - 터전인 미국.

그래서 개인주의가 발달한 가운데에서도 가족 중심주의 또한 매우 중요해보인다.

나의 권리만큼 상대방의 권리도 중요시하는 나라이면서, 서로의 의무도 각자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라이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보면 유모차가 군데군데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그냥 입구 쪽에 몇 개만 갖다두는 수준이 아니다.

물론 그런 놀이공원들이 세계적인 명성의 관광지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아이와 가족을 중요시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런데 그런 미국에서 출산 유급휴가가 의무가 아니라고?

살짝쿵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어떤 회사에서는 출산휴가를 오래 쓴 후에는 돌아갈 자리가 없다는 대목을 읽고서는, 우리나라와 판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가 어떤 축복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드는 걸까요? 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죠?"

p. 118

새로 태어나게 될 생명을 축복하는 거라는 걸 모두가 안다.

그런 생명을 가지게 된 여성에게 축하하는 거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마냥 축복만 받고 있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일단 임신을 하게 되면 그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이 배 이상으로 힘든 무언가가 된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는 동작 하나도 힘들어진다.

출산 후에는 또 어떠한가.

아이와 더불어 몸에서 많은 영양분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여성의 몸은 이제부터 고통의 시작이다.

멀쩡했던 오장육부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떤 이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마트까지 가는 것도 힘겨워한다.

자,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임신한 여자는 축복일까?

비슷한 예로는 결혼 예정인 두 사람이 있다.

 

 

"예맨 출신이라던데. 무슬림이래. 그쪽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 있겠냐고."

p. 199

전 세계적인 무슬림, IS, 아니면 난민 이슈가 이 스릴러 소설에서도 등장할 줄 몰랐다.

비록 인종은 무슬림일 지언정 태어난 곳이 미국이면 미국인 아니던가.

하긴,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이다." 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무작정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본다고 욕할 수는 없다.

그동안의 선례에 따라 선입견이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곰곰히 생각할 필요가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소설의 플롯은 단순하다.

한 싱글맘의 - 심지어 자신이 싱글맘이라는 걸 맘카페 회원들에게 재대로 알리지도 않았다가 나중에 밝혀졌다. - 아이가 실종되었다.

수사 과정에서 당일 아이를 돌보고 있었던 육아도우미, 집 근처에서 보이던 무슬림,

아이의 엄마를 쫓아다니던 과거의 스토커 등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그러다가 엄마 자신이 의심을 받기도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사건날 함께 있었던 맘카페 회원들의 크고 작은 비밀들이 밝혀지는 모습이다.

이 비밀들이 사건과 유의미하게 관계가 있건 없건 읽는 내내 확실히 페이지터너의 역할을 한다.

요즘같이 비 오고 어둑어둑한 날 읽기 좋은 스릴러소설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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