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많은 유명 인사들 사이에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다. 이성과의 접촉이 없는 외로운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모태솔로였다. (중 략) 즉 청소년기에 성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 뒤늦게 이런 욕구를 채우고자 무분별하게 성에 탐닉하는 것이다. p. 348
Nerd, Jerk.학창 시절에는 은근히 따돌림 받던 컴퓨터에 빠진 남학생의 모습은 미국 드라마나 하이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여자친구는 커녕 친구들도 별로 없이 무시당했던 이들은 실리콘밸리에 가서 창업 신화를 이루고 부를 이루고 권력을 얻으며 칭송의 대상이 된다.자신이 사랑하는 컴퓨터와 일, 그리고 돈이 있는 곳에서 이제 하나만 있으면 완벽하다.여자.나를 더욱 돋보이게 할 여성, 혹은 성적 욕구를 채워줄 여성을 찾는다.실리콘밸리의 젊은 인사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그 자리에 반드시 성적으로 매력있는 여성들이 다수 참석하도록 한다.돈을 쫓는 많은 여성들이 CEO, 혹은 벤처 창업가들과 잠자리를 갖고 한 몫 챙기기 위해 온다.단순히 사교적 모임인 줄로만 알았던 그 자리는 매춘의 현장이다.성을 사고 파는 걸 자랑스러워하고 당연시하는 돈과 섹스와 권력이 난무하는 곳이다.그리고 이들은 그러한 정신 상태를 간직한 채 다음날 실리콘밸리로 출근한다.
살인적인 근무 시간, 폭음, 무모한 도박,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클럽 이런 것들은 경험보다 패기 넘치는 젊음과 총명함에 주어지는 보상이었다. p. 75
그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으면 성미가 깐깐하고 팀플레이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과 친해지고 유대감을 쌓는 시간을 놓칠 위험이 있고, 그리하여 승진과 업무평가 같은 사내 정치적인 측면에서 개인적인 불이익을 입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참석해도 문제가 있다. 진중하지 못하고 가벼운 사람으로 여기고 심지어 성적인 대상이 되거나 홈스의 경우처럼 성추행을 당할 위험이 있다. p. 223
남성 위주의 술이 잠식한 회식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다.실제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에게 힘든 점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하나같이 회식문화라고 답한다.심지어 그들은 남자인데도 말이다!많은 서양 문화권에서 퇴근 후 저녁 시간은 오롯이 가족과 보내는 때이다.그런데 실리콘밸리는 예외인가보다.회식 문화가 대다수의 우리나라 회사와 비슷하거나 심지어 넘어서기까지한다.폭음이나 도박, 스트립 클럽은 대개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문화이다.이를 빌미로 여성이 가면 분위기를 흐린다고 일부러 빼는 소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간혹 여성이 함께 가게 되면, 직장 동료인 여성과 업소 여성을 구분하지 못하여 마구 성추행을 하기도 한다.이 때, 난감한 건 여성 CEO들이다.그녀들은 이렇게 난잡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비즈니스에 빠질 수도, 그렇다고 낄 수도 없다.마치 골프를 통해, 룸살롱에서, 요정에서 중요 사건이 일어나고 계약이 성사되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보는 듯하다.나는 다행인지 여성들의 성비가 높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그렇다고해도 회식장소는 민주적 의견 수렴보다는 상사의 뜻과 의지에 따라 정해진다.설사 회식 장소를 어디로 정할 지 투표를 했을지 언정, 최종 결정권자인 상사에 의해 결과가 한순간에 뒤바뀐다.그나마 회식 후 2차로 룸살롱이나 노래타운을 가지 않아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다.만약 그런 곳에 간다 했으면, 눈 밖에 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회식에 불참했을 것이다.
그들의 불륜 관계가 가끔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이뤄졌고, 막상 세상에 드러났을 때도 회사는 힘 있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인사이동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p. 162
학창 시절 이성에 대한 결핍에 어마어마한 권력이 더해지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자신의 위치에서 여성은 한낱 성노리개로, 필요할 때마다 건드릴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한 것이다.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남성들 속에서 숨쉬고 있는 여성들은 거의 매일 성희롱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힘들게 용기를 내어 성추행 당한 사실을 알려도, 회사에서는 묵인하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다.이는 직장 내 불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당사자 둘 모두에게 조치를 취해야하지만, 권력 밑에 있는 여성에게만 인사이동이 생긴다.이런 일은 비단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각계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대학교 교수와 제자, 연구실의 박사와 조교, 체육부의 감독과 학생 등 여러 갑을 관계에서 권력형 성추행이 일어난다.이 때 대부분의 을인 여성들은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