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주인공인 - 그러나 정작 자신은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라 캔버스이자 조연이고 누군가의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 에이자는 불안증이라는 정신질환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의사와 상담을 나눠야하고 약을 복용해야하며 수시로 갖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에이자는 고등학생 때 잠시 친하게 지냈던 나의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였는데, 주5일제를 시행하기 전 어느 토요일 방과 후 함께 그 애가 다니는 병원에 따라갔는데,
'정신과 의원' 이라고 적혀있던 글씨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는 정신과를 다닌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흠이 되어 쉬쉬하던 상황이었기에 내게 조용히 알려주는 친구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의 우정은 학년이 끝나기 전까지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시간은 흘러 대학생이 되고 나서 친하게 지내던 다른 학과 친구가 있다.
매우 친해서 공강 시간이면 언제나 만나 문과대학 뒤편에 있는 나무 아래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절친이었던 그 아이는 4학년이 되고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가끔 카톡을 하다가 답이 없어서 나 역시도 연락을 끊게 되었다.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연락한 친구는 자기가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사람들 많은데는 가기 힘들고, 예전처럼 일주일에 서너번씩 같이 만나 놀 수도 없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공황 증세 비스무리한 게 아니었을까?)
가끔씩 만나 이야기하는 걸로 충분하다며.
나는 친구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애가 편한 대로 했다.
친구가 먼저 연락해서야 만났고, 행여나 부담을 줄까봐 먼저 약속을 잡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친구는 어느 날 아무 일도 없고 화낼 일도 없는 상태에서 내게 극심한 히스테리를 부렸고,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그 이후 지금까지 헤어진 상태이다.
에이자의 정신 상태를 받아주고 감당하려 애쓰는 건 그녀의 어머니와 친구인 마이클, 그리고 데이지 뿐이다.
데이지는 데이비스의 아버지이자 현상수배가 걸린 범죄자를 찾겠다며 신상을 숨긴 채 기자에게서 정보를 캐내고,
직접 데이비스의 집에 가서 CCTV 자료들을 폰으로 받는 걸 주도하는 대담한 아이이다.
아마도 이런 '후리한'(?) 성격이 에이자의 까탈스러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비결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계는 있다.
아무리 정신이 아픈 친구라고는 해도, 매번 힘들게 하는 사람을 친구로 두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데이지가 참다못해 에이자에게 쌓인 울분을 분출하는 장면이 두어번 나오는데, 독자인 나로서는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사랑과 우정으로 받아주고 참기에는 너무한 친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