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짜증나는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아니면 장마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느끼기
위하여
읽기 좋은 스릴러소설이 여기에 있다.
B.A. 패리스의 소설 [브레이크
다운]이 그것으로,
제목인 Break Down은 '(차의) 고장' 과 주인공 여성인 캐시의 '신경쇠약', 이렇게 두가지
뜻을 지닌 중의적 타이틀이다.
남편 매튜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폭우 중 숲 속 지름길로 운전해가던 캐시는 멈춰선 차를
발견하고,
그 안의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차가 고장난 것 같으니 도와줘야할까, 아니면 그냥 지나칠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가운데 캐시의 선택은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다음날 차 안의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고, 이는 캐시를
자책감과 신경쇠약으로 이끈다.
과연 캐시가
끊임없이 하는 후회처럼 내려서 어떤 상황인지 모를 여성을 도와줘야했을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시가
차 안에서 내리지 않은 이유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혹시나 여자 뒤에서
누군가 숨어있다가 오히려 자신의 차를 빼앗거나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면?
어차피 차 안의 여성도 딱히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제스쳐를 취하지 않지
않았는가?
설령 그랬다 할 지 언정, 캐시가 그녀를 꼭 도와줘야하는 의무도
법도 없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없다.
현대 사회는 서로가 매우 각박해져서 도와준 사람이 되려 원망을 사기도 하고,
기껏 도와줬더니 왜 진작 안 와서 죽게 했냐며 유가족에게 질타를 받기도
한다.
때론 선의로 도운 사람이 법적으로 처벌받기도
한다.
게다가 캐시는 여성이고 혼자다.
캐시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그녀 자신밖에 없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누구를 도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