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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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딱 한 번 사랑에 빠졌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내가 로맨틱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생애 유일한 참사랑이라니. 달콤하게 들리지만 현실은 공포 그 자체다. 사랑이 가고 남겨진 압도적인 외로움.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 후에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 운명.

p. 38




예전 진시황제는 영생을 꿈꾸었다고 한다.
영어 표현에는 Fountain of Youth가 있는데, 영생을 준다는 유럽의 전설 속 샘이다.
과학과 의학 기술이 발달하기 전 많은 사람들은 더 오래 살기를, 이왕 살 거면 영원히 살 수 있기를 바랬다.
과연 현대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어떨까?
여기저기 아프고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암에 걸린 채로 사는 삶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00세가 넘어서까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면서 지친 몸을 움직이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바램을 작가 매트 헤이그는 잘 아는 듯 그의 판타지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 에서
마치 뱀파이어처럼 영원한 삶을 누리는 톰 해저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판타지 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 에서 주인공 톰 해저드는
엄격히 말하면 영생을 누릴 수는 없으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영생이나 다를 바없다.
남들보다 노화되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며 그 흔한 감기도 걸리지 않아서
지금은 400살이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41살 정도로 보인다.

좋아!
아프지 않고 젊은 상태로 꽤나 오래 살 수 있다니!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곧 알게 된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그리고 나를 사랑한 사람들, 내 주변에서 관계를 맺은 모든 이들은 다 떠나가고 없다.
가족이, 연인이 없다.
이 세상에 남은 건 나 혼자뿐이다.
이런 삶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보는 시야의 한계를 세상의 한계로 받아들인다.

p. 62




내가 아무리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소위 open-minded라고 말 할 지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이를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꽤나 어렵다.
그렇다면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조금이라도 넓히는 노력이 동반되는 게 중요한데,
다소 식상한 이야기이겠지만 독서와 여행이 이에 많은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독서라고 한다면 왠만하면 개인의 생각을 펼치는 에세이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는 소설로,
여행은 가급적 자주 가는 게 좋을 것이다.

나의 독서는 현재 진행 중으로 앞으로 죽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가족 없이 떠난 나의 첫 여행은 20살 때로, 그 때 국내 부산 여행과 국외 미국 여행을 모두 처음으로 해보았으며,
특히 미국에 갔을 때 머리를 얻어맞는 기분과 함께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평상시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에는 나와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일단 들어준다.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 도저히 사실인 것 같지 않을 때는 조용히 자료를 찾아보고 그에게 근거를 제시한다.
가끔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가끔 그들은 끝까지 자신이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난 그저 '그렇구나...' 라고 슬픈 생각에 잠기곤 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나의 친한 친구가 있는데, 친구 스스로도 자신은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다고 말한다.



"우리 국왕 극단은 지금 함께할 음악가들을 찾고 있어. 내가 새 작품을 하나 썼거든. <뜻대로 하세요>. 공연할 때 음악이 필요해. 노래가 많이 들어갈 텐데 류트 연주자가 없지 뭐야. 우리 류트 연주자가 매독에 걸려 버렸거든."
나는 셰익스피어를 빤히 쳐다보았다.

p. 220




매트헤이그의 로맨스 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 이 내게 흥미로운 이유는 사실 주인공의 뱀파이어 같은 나이가 아니다.
그가 그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온 이들이 지금에 와서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주인공은 순전히 실력으로 셰익스피어에게 발탁되어 그가 만든 연극에서 연주를 하게 되고,
그가 사랑한 자매는 극장 앞에서 과일을 팔게 된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만나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하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레스토랑에서 영화인 찰리 채플린을 마주한다.
이 밖에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의 암살 당시에도 살았으며,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과도 아는 사이이다.

이 순간 딱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미드나잇 인 파리] 이다.
영화는 매일 밤 12시 1920년대로 돌아가 동경하던 예술가들을 만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비슷한 예로는 영국의 판타지 드라마 [닥터후] 시즌 5 10화 빈센트 반 고흐 편을 들 수 있다.
닥터와 에이미는 반 고흐를 현대로 데려와 그가 미술사에서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이에 고흐는 몹시 감동받은 채 과거로 돌아간다.

내가 주목하는 건 환상적인 그래픽이다.
베네딕트컴버배치 주연의 영화로 재탄생 될 거라고 하는데,
이 때 역사적 인물들을 누가 연기할지, 카메오는 누구일지,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대단히 기대된다.



피아노를 연주하면 생기는 일.
피아노가 위험한 이유.
인간화.

p. 318




수백년이 넘는 삶을 살아가면서 그를 지탱해준 몇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의 딸, 다른 하나는 악기이다.
톰은 류트를 비롯하여 피아노까지 다양한 악기를 독학하면서 뛰어난 실력을 지니게 된다.
과연 음악은 시대와 나라, 세대를 초월하는 언어인 셈이다.

나는 6살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워서 중2때까지 쳤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금 배우고 싶은 마음에 두어번 재즈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 있다.
지금은 한 켠에 전자피아노가 덩그렇게 놓여있는데, 머지 않아 다시 칠 생각이다.
음악을 듣는 것과 직접 연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비록 완전한 창작은 아니지만 나의 손에서 나오는 음악은 내가 만드는 소리이기에 느낌이 남다르다.
나는 음악 예찬론자이다.
밤에 들리는 피아노 소리도 어느 정도는 싫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소설이 베네딕트컴버배치 주연의 영화로 언제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지 정말 기대된다.
촘촘한 플롯은 물론이거니와, 아름다운 영상미가 살아있는 영화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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