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촛불이다 -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
장윤선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선 위의 새처럼 가지런히 양옆으로 줄을 서서 하나같이 휴대폰을 감싸 쥐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p. 10



박근혜의 탄핵 여부 결과가 나오는 날의 모습이다.
온 국민이 각기 다른 이유로 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헌재에서 제대로 된 결정을 하지 않을까봐, 이 모든 게 그들의 짜고 치는 쇼였을까봐 걱정했다.
다행히도 결과는 으레 그래야 할 만한 합당한 것이었다.
일단 탄핵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그 이후 사법기관에 의한 실형 선고를 기다리게 되었다.
산 넘어 산, 길고긴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하루를 시작하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 속에는 작은 기쁨이 있었다.
BBC, CNN 등 전 세계가 속보를 내며 1면 보도를 한 이 대사건은,
국민을 무시하는 집권자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였다.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놀랐다.
폭력 없이 평화적인 촛불집회만으로도 권력자를 자리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모범적인 일례가 되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촛불시민은 독일의 에버트 인권상을 받게 되었다. 



13년 전 그때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을 들었다. 국민이 손수 뽑아놓은 대통령을 국회가 정략적으로 끌어내리려 한다는 데 분개했기 때문이다.

p. 17




의원내각제를 많은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고 지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오로지 자신의 입지나 권력, 혹은 당의 이익을 위해서만 소리를 내는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오로지 과반수를 넘는 당이면 힘을 쓰고 되도 않는 법을 통과시키거나 반대로 민생을 위하여 꼭 통과되어야 할 법을 무시하는 이들.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당신을 뽑은 적이 없다.
투표를 할 수 있는 합법적인 나이가 된 이후로, 총선부터 지방선거까지 모든 투표에 참여해왔지만,
다행히도 내가 뽑은 이들은 대부분 국가 전체의 대의를 위하여 싸우는 듯하지만, 반대인 자들은 우리의 세금을 축내는 이들일 뿐이다.
다시 한 번 나는 당신을 뽑지도 않았고, 지지하지도 않는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를 통하여 대한민국 시민들은
정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기회를 얻었고, 각성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한 번은 반대하였고, 다른 한 번은 찬성하였다.
나도 한 때는 국회의원들끼리의 싸움에 신물이 나서 정치에 무관심했었다.
이제는 그게 그들이 바라는 바라는 걸 알았고, 원하는 대로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스트레스 받고, 때로는 보기 싫어도 더더욱 정치에 관심을 갖고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찾아서 팩트 체크를 한다.
누군가 한 말 처럼 촛불집회를 통해 흥한 자, 촛불집회로 망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 전에 한층 성숙해진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이 있다.
이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탄기국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종북 좌파 빨갱이 운운하며 촛불 든 시민들과 기자들을 불온시했다. 21세기를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1945년 해방 정국처럼 '레드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니.

p. 38



도대체 언제적 좌빨, 빨갱이, 종북인지 모르겠다.
그 의미가 너무나 퇴색하고 변질되어서 더 이상 뭐가 좌빨이고 빨갱이인 지 모를 정도이다.
빨간 당의 반대를 지지하면 종북인가? 북한에 애잔한 마음을 가지면 빨갱이인가?
심지어 한국전쟁은 국사교과서로만 접하고 휴전선 이전의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이들에게
좌빨이라고 칭하는 어불성설은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소위 '애국단체' 라 스스로를 칭하는 이들의 '태극기 집회' - 이들 때문에 태극기만 보면 화가 난다. - 의 발언에는 논리가 없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S그룹의 지원을 받은 단체의 후원으로 돈을 받고 뛰는 불쌍한 알바생일 뿐이다.
어쩌다 TV 인터뷰라도 하는 모습을 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그들의 발언은 모순 그 자체이다.
박정희 시대에만 머물러 그 때의 추억에 사로잡혀 사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의 신념이고, 그 시대를 살아본 자로서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돈에 힘에 거짓에 휘둘려서 자신과 믿음이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폭력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11월 8일 음악인들이 시국선언을 했는데요."

p. 90




예전의 예술가들은 사회적 역할을 늘 했다고 한다.
현대의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OO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 총학생회의 시국선언, 가수협회의 시국선언이라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근대에 들어와서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따라서 그 길을 걷거나, 혹은 물질적 영화를 누릴 수 있는 직업으로서 예술가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행보나 작품 하나 하나가 사람들과 사회 전반에 끼칠 영향력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예술가들이 이런 역할을 하는 데에는 따르는 제약이 많다.
조금만 적극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하더라도 욕을 먹는 경우가 허다하고,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유명인이 악플 세례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지난 9년 동안에는 정부와 상반되는 스탠스를 취했다고하여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알게 모르게 탄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액션을 취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야커피뿐만 아니라 인터넷카페 '82쿡'에서도 시민들을 위한 커피 후원에 나섰다. 박근혜 퇴진 떡 나누기 운동도 벌어졌다. '종로얼큰버섯칼국수'에서는 무료 칼국수 후원 이벤트도 열었다. 청소년들이 핫팩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도 벌어졌다.

p. 136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나 하나 뜯어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없다고 한다.
함께 모였을 땐 군중심리로 인하여 모두가 같은 옷을 입거나, 우리와 다른 남의 의견을 배척한다든가 등의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측은지심을 지닌 민족인 것 같다.
촛불집회 당시 시민들에게 칼국수를 후원한 음식점 사장님은 적자를 생각하지 않고 그와 같은 일을 했다고 한다.
나의 이익이나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는 마음,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아직도 이슈가 터질 때마다 광장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위해 보이는 촛불집회.
우리의 가슴을 터질 듯하게 했던 그 날의 풍경과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도서 [우리가 촛불이다] 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