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A Life

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4월

헬렌 켈러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그녀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그리고 말도 하지 못하는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훌륭한 스승을 만나 그 모든 장애를 이겨내고 소외받고 외면 당하는 자들에게 힘을 주는 위대한 인물로 성공했다는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헬렌 켈러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녀와 스승 앤 설리번에 대한 존경심과 참 다운 스승의 본보기로만 생각했던 그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빛과 그늘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면서 헬렌 켈러의 삶이 그녀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었을까 아니면 그녀를 둘려싸고 있었던 시대상황과 그녀의 곁을 지켰던 사람들에 의해 원하지 않았던 삶을 살았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렌 켈러 자신은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사회운동가로서 살아있는 성녀라고 불렸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여자로서 불행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헬렌 켈러는 처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헬렌의 어머니 케이트는 나이 많은 헬렌의 아버지와 결혼을 하면서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기 때문에 헬렌이 태어났을때 자신의 모든 것을 헬렌에게 쏟아부었습니다. 헬렌은 다른 아이에 비해 성숙하고 똑똑한 아이로 금발의 곱슬머리와 연한 파랑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로 어머니 케이트는 그런 아이에게 흠뻑 빠졌습니다.

헬렌이 두살이 되었을때 뇌척수막염에 걸려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그 후 아이는 병으로 인해 빛도 소리도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헬렌의 어머니 케이트는 응석받이로 자라 사치스러운 남부 아가씨로 장애아가 된 자신의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랐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되지 않았던 헬렌은 사나운 아이로 변해 제멋대로였고 난폭한 행동을 해서 친척들은 그런 헬렌을 괴물이라고 보호시설에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보는 편견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지만 점점 지쳐갔지만헬렌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케이트는 헬렌에 대한 강박증에 가까운 금욕적인 생각을 하면서 헬렌의 여자로서의 삶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한편 앤 설리번은 너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는 알콜중독자로 다섯살때 결막염에 걸렸는데 시력에 치명적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죽자 빈민보호시설에 들어 갔고 두번의 눈 수술을 했지만 시력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열 네살이 되어 시작장애인 학교에 오게 되어 철자법과 점자를 배운 애니는 켈러 집에 가정교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애니에게 가정교사로 받게 되는 월급이 너무나 중요 했기 때문에 가게 된 켈러의 집에서 애니는 운명적으로 헬렌을 만나 50여년을 그녀의 곁에서 머물면서 스승으로 때로는 친구로 헬렌의 성공을 지켜보았습니다.

물론 헬렌이 처음부터 애니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헬렌은 장애로 인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맞서서 난폭한 행동을 했지만 한결 같이 그녀의 곁에서 글자를 가르쳤고 유난히 글자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헬렌은 애니를 받아 들였습니다. 애니는 보지도 소리도 듣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헬렌을 헌신적으로 돌보았습니다. 애니에게 헬렌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떠나려 하지 않는 그리고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친구라는 믿었습니다. 그 결과 헬렌은 자신의 어머니보다 애니를 더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애니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에서 벗어날수 있는 유일한 길이 헬렌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도대로 헬렌을 케이트에게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알고 있었던 앤 설리번의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헬렌과 애니의 관계에 대해 사람들은 애니가 기적을 일으킨 사람이라고도 했지만 그들을 멸시하고 나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성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기꾼이라 생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헬렌은 자신이 볼수만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하고 싶은 일이 결혼이라고 말했는데 시각장애인 복지운동가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렌은 여자로서의 삶을 꿈꾸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믿고 의지했던 어머니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고 살아있는 성녀의 이미지로 남기 위해 애니와 어머니는 그녀를 놓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애니가 헬렌을 위해 헌신적으로 교육했지만 정말 헬렌을 위해 그랬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느껴지는 애니는 자신의 명예와 부에 집착했고 헬렌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용기있게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지만 그녀 자신의 삶을 살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 주위의 사람들의 욕심과 잘못된 생각으로 여자로서의 헬렌 켈러의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알고 있던 헬렌 켈러의 또 다른 이야기를 알게 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