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방법은 이상적인 사회의 모델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비극적인 디스토피아를 보여줌으로써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방법도 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전자에 속하고, 1984는 후자에 속하는 소설이다.

 

19841949년에 출간된 책으로 저술된 해인 당시 1984년의 뒷자리 숫자인 48만 바꿔 지은 제목이라고 한다. 조지 오웰이 소설을 썼던 1948년은 파시즘과 중앙집권적 공산주의의 폐해를 목격하고 세계대전을 겪은 직후였다. 조지오웰은 그 당시 현재와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진 않았을 것이다. 2010년을 넘어선 현재에서는 먼 과거지만 1948년에 이 소설을 쓸 당시 26년 후의 먼 미래인 1984년은 전체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암울한 세계다.

 

 하지만 세계는 조지 오웰이 생각한 것과 달리 1984년을 30년이나 지나도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아직 중국과 북한과 같이 일당독재가 이뤄지는 국가는 있으나 세계 전반적으로 독재정권은 물러나고 민주주의가 확산되었다. 경제는 책에서 나오는 계획 경제 대신 자유로운 생산과 소비에 의존하는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1984의 세계와 유사한 점은 형태가 바뀌었을 뿐 생각보다 많다. 텔레스크린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CCTVSNS가 사람들을 언제나 자율적·타율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진리부가 역사적 사실을 당의 입장에 맞도록 가공하는 것처럼 현재 수많은 정당과 기업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정치적·경제적·역사적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터넷을 검열하여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을 삭제하여 이데올로기 통제를 감행한다. 현대 사회는 1984의 세계보다 기술적 수준은 높아졌지만 거대한 집단들이 빅 브라더를 수장으로 하는 당처럼 권력유지를 위해 감시와 통제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1984는 흔한 책소개에서 나오는 빅브라더에 의한 감시사회에서 당하는 개인의 비극만을 중점적으로만 볼 책은 아니다. 이 책은 반복하여 정독을 해야할 책이다. 이 책은 근현대의 정치·경제·역사를 작가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쓴 책이라 깊이 연구하면 배울점이 많은 책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 책은 국민을 결집시키고 잉여 생산을 없애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어쩌면 자국민에게 무기를 퍼붓는걸지도 모르는) 대목이 있다. 잉여 생산이란 개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사유물론과 잉여가치에 대해 탐구했던 마르크스주의, 생산을 위해 다른 나라를 시장과 침략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를 제국주의로 봤던 레닌, 절대선을 지향하고 일자(一者)로의 수렴을 강요했던 파시즘 등 많은 인문학적 탐구가 필요하다. 이 책의 깊이는 결코 녹록치 않다.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대한 수많은 개념에 대해 관련된 자료와 책을 읽으며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클래스는 영원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