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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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서양사에서 종교는 항상 분쟁의 원인이다. 십자군전쟁, 종교개혁, 30년전쟁 등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간 끊임없는 대결이 있었으며 지금에 와서도 종교간의 대립은 여전하다.

 

 이런 종교간의 대립은 서양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일신론적인 종교의 비중이 크기에 서양보다는 덜하지만 일본, 중국과 같은 동양에 비해서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간에 크고 작은 대립이 있다. 이런 대립을 일어나게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현대 사회는 빠른 속도로 다원화되고 있다. 사람들간에 공유할 수 있는 공통점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이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는 옳지 않은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종교는 이런 현대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옳다고 단언하는 것까지는 좋다. 타종교인이나 무신론자에게까지 전도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종교를 믿으라며 강요를 하고 가치관을 주입시키려 하며 피해를 준다. 당하는 사람은 이를 불쾌하게 생각하지만 종교는 이런 행위가 선(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관용을 용납하지 않는 종교의 행태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저자는 이런 종교에 대해 거센 비판을 가한다. 이치에 맞지 않으며 비윤리적인 성서내용, 불가지론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기적으로 보일법한 현상의 원인이 신이라고 주장하는 모순적인 태도, 지나친 사회문제 개입, 특권적 지위 및 특권 향유, 비이성적•비논리적 태도, 현실에 맞지 않는 지식 전파(예를 들어 창조론) 등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다양한 종교의 모습을 제시하고 이를 실증성(實證性)을 가지는 과학의 입장(주로 다윈주의)에서 반박한다.

 

 종교는 분노하기보다 저자가 왜 이런 태도를 취하는지 자신에게 진지한 물음을 가져봐야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종교가 인간사에서 긍정적인 영향도 많이 미친다고 보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일본바쿠후에서의 가톨릭은 평등(신 아래라는 전제가 붙지만)이라는 가치를 피지배층에게 전파하여 억압적인 봉건사회의 부조리를 깨닫는데 일조했다. 비록 선교 자체는 서양열강의 침략의 선봉으로 활용된 점이 있지만 피지배층에게는 분명 종교는 해방의 도구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의 종교는 그런 긍정적인 모습보다 부정적인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중세와 달리 너무나 다양한 가치관을 갖는 사회구성원들 때문에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며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종교는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을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요한다.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종교는 이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종교가 행하는 부정적인 모습만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된다.

 

 내 생각에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무신론자보다 종교(특히 일신론)를 믿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은 타종인과 무신론자에게 얼마나 관용적이었는가? 한 번쯤 진지한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책이 말도 안되는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책은 안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타인에게 자신의 종교 얘기는 되도록 꺼내지 말길 바란다. 남의 안위는 둘째 치고 우선 자신이 곤경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종교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읽어보면서 사람들이 종교에 대해 갖는 불만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진리와 신념이 있음을 깨닫고 독단적인 행동을 멈추길 바란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책을 주로 종교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과학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책이라는데 초점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논조를 떠나서 관련 근거로 든 신학•과학과 관련된 사례만 자세히 보더라도 지식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자의 성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고 있으면 루트비히 포이어바흐가 무신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신학자보다 더 성서에 대해 철저히 연구했음을 떠올리게 된다. 저자에 대해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학 중심의 가치관을 주입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작 과학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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