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꼼수다를 듣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고 봤을 책. 나 역시 나는 꼼수다를 들으면서 하도 책광고를 하길래 구해 읽어봤다.

책은 의외로 오마이 뉴스 대표인 오연호와 서울대 교수인 조국교수가 쓴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엄청 재미없어서 이건 안되겠다 싶어 힘을 보태자는 차원에서 진보집권플랜 B-라는 느낌으로 썼다고 한다. 한마디로 격이라고는 눈꼽만큼도 갖추지 않고 진보집권플랜의 대화형식만 빌려서 책을 쓴 셈이다.

책은 6장으로 나뉘어 진다.

먼저 1장은 좌·우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뭐 김어준이 우파까는 건 당연한거니까 넘어가고 일단 신선했던건 좌·우를 생존방식의 차이로 설명한다. 남을 밟고 올라설건가 아니면 협동해서 살건가. 근본적인 사고 방식부터 차이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2장은 다른 설명 다 필요없다. 그냥 깐다. 졸라 깐다. 이명박 대통령, BBK, 검찰의 비리를 제시하고 가루가 될 때까지 깐다. 이 장은 김어준의 태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까지의 진보는 고상한 척하며 제한적인 공격을 했지만 나는 그와 전혀~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그냥 이 장을 보고 있으면 여기서 말한 내용이 얼마만큼 사실로 드러날지 모르지만 정말 치밀하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 우파에 대한 적개심과 웃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꼼수다에서 들었던 내용도 있기에 집중력을 가지고 읽기는 힘들었다.

3장은 삼성의 이건희의 분리를 주장한다. 재벌에 의한 기업지배, 상속세, 금산분리 철폐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이를 분쇄할 것을 주장한다. 나는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책을 본 사람은 이해가 더 갈려나?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나는 경제학을 몰라서 순환출자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4장은 현재 심상정, 노회찬 등 유명 진보 인사들을 평가하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측의 현재 태도에 대해 문제삼고 있다. 그냥 인물평을 담은 장이라고 보면 된다. 한가지 두드러진 점은 이제 진보측은 구조의 매몰되지 말고 인물들이 '캐릭터'를 가져야 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를 의식하고 있다.

5장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나는 그것보다 놀라웠던게 홍준표가 한나라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점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만 사실이라면 정말 정세를 보는 시각이 뛰어난 셈이다. 이 장을 나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박근혜는 관념의 인물이다.

6장은 진보측의 현실을 말하고 어떻게 이길 것인가 생각해보는 장이다. 그냥 이 장에서 김어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진보측이 중요한건 우파에 대항할 정책이 아닌 협동해서 일단 우파를 박살내는게 최우선이라는 거다.

김어준은 이전의 진보와는 다르다. 김어준은 이제까지의 진보는 고상떨면서 공격방식이 제한적인 것에 대해 비판하고 이제는 진보도 온갖 수단을 다해서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진중권, 이택광 등이 나는 꼼수다의 '막나감'을 싫어하는 거다.

김어준의 책은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면 그냥 재밌고 통쾌하다. 풍자와 해학이 얼마나 위력이 대단한지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김어준의 공격방식은 잘못하면 역풍을 심하게 받을 수 있다. 공격방식 중 그가 말하는 소설은 만약 사실관계가 거짓으로 판명되면 법적인 문제가 커지고 신뢰도가 사라져 버리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뭐 김어준이라면 그 정도는 알겠지.

아 그리고 한마디 더, 무의식. 김어준은 분명 라캉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정도에 도달해 있다. 김어준은 무학의 통찰이라고 하지만 일반인이 그가 말하는 무학조차 다다르기는 매우 힘들다고 난 말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