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
멜 트레고닝 지음 / 우리동네책공장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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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으로, 흑백으로 표현된 그림들이 만화 컷처럼 나뉘어져 담겨있다. 그렇기에 펼침면 한 면에 많은 상황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글이 없기 때문에 한 컷 한 컷 그림들을 자세히 보고 이야기와 상황을 유추해가며 읽게 된다. 흑백의 컷들로 작가가 표현한 것들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시작 전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 이 책을 너에게 바친다. 이젠 네가 편히 쉬기를 바라며 너의 꿈은

이제 우리 모두의 꿈이 되었고, 우리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 그 꿈을 이루었단다.

전보다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네가 자랑스럽다.”

- 바이올렛, 필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멜은 이 그림책의 작가 멜 트레고닝을 말하는 것이며, 가족이 작가에게 하는 말로, 작가는 현재 이 세상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림의 표지에서부터 누워 있는 아이의 큰 눈에 작은 분노와 두려움 등이 느껴졌는데, 그림책 전체가 풍기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가 괜한 느낌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의 줄거리는 책 소개글과 다른 리뷰에도 많이 있으니 생략하고, 그림책을 다 읽고 첫 번째로 느낀 것은, "무섭다. 끔찍하다. 으스스하다. 소름끼친다." 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 

  책의 뒤편 소개 문구에는 이 책이 작가의 유작임을 밝히고 있었다. 검색해보니 작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그림책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깊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림책 장르는 어린이 독자를 염두하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림책은 좋은 이야기만 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림책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잘 파악하고 분별해야 한다.

  예술은 사람에게 굉장히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그림책을 읽고 감동받고, 삶을 다시금 제대로 살아내고 싶고,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고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글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 책의 출판사는 책 소개글에서 아름답고 감성적인 일러스트를 통해, 글 없이 들려주는 한 소년의 마음속 이야기이며, “자신을 갉아먹는 작은 생각들을 이겨내고,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여는 소년의 이야기!”라고 소개하였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그림책은 출판사의 소개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출판사는 소개글을 통해 그림책의 내용을 모두 읽어주는데 누나가 소년을 둘러싼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자기의 경험을 들려준다. 소년은 이제 자기를 괴롭히는 작은 생각들을 맞서 싸우고 마침내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자기만 겪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이런 작은 생각들에 의해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 속 에서 예전의 자기와 비슷한 모습을 한 친구를 돕기 위해 다가간다.” 라고 이야기하며 전체 내용을 전달한다.

  그런데 정말로 소년이 작은 생각들과 맞서 싸워 이겨냈고, 다른 이에게 돕기 위해 다가간 것인가 의문이 든다. 소년을 갉아 먹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그려진 징그러운 그림들은 (아름답고 감성적인 일러스트인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그것은 주관으로 남겨두더라도) 소년의 주위에 언제나 있었고, 그것은 살을 갉아먹고 피부를 썩게 했다. 그리고 그러한 상처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음을 소년은 알았다. 그것이 소년을 위로할 수 있을까? 나의 아픔이 다른 사람들도 아프다는 이유로 치유가 될까? 소년이 마지막에 다가간 것은 외롭고 상처받은 소년에게 계속해서 다가갔던 그 친구가 아닌가? 그때의 소년은 눈빛은 안타까움으로 읽히는가?

 나는 그렇지 않았다. 소년의 눈빛은 너도 이 구렁텅이에 점점 빠져 들고 있구나, 나랑 같네? 하는 듯이 보여 너무 소름끼치고 무서웠다. 하지만 글 없는 그림책이기 때문에 그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는 개인 차이일 수 있다. 소년은 왕따로 인해, 그리고 계속 틀리는 시험문제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그가 자신의 고민을 선생님, 가족에게 털어 놓아 위로를 받을 때에도 그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게다가 마지막 몇 장면은 작가가 마무리를 하지 못해 그의 가족들이 숀탠에게 부탁해 그가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그림책은 호주에서 3개의 상을 수상했고, 심리 치료 때 사용된다는 말로 홍보를 하고 있다. 과연 어디어디에서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는 확증이 될 수 있을까.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에게는 괜히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과 걱정을 가져올 수 있고, 작은 생각이 나를 갉아 먹어도, 그림책 주인공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된다라는 위안 아닌 위안에 빠질 수도 있으며, 그 누구도 나를 완전히 위로하지 못하고 나는 치유될 수 없어 하는 부정적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져도 어찌할 수 없는 거야 하는 그림책으로 느껴진다.

  그림책을 오해하고 오독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그림책을 읽고 느낀 생각과 걱정들은 이렇다. 이 그림책을 통해 같은 심정을 느끼고 거기서 받는 위로를 얻는 어른 독자도 있겠지만, 어린이 독자에 이 그림책이 유익이 많을지 고민이 된다. 어린이 독자가 보지 말아야 할 그림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른 독자가 먼저 읽어보고 권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며, 어른 독자는 어린이의 상황을 고려하여 선택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들을 생각한 후에 그림책을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사실, 자신의 슬픔 감정을 드러내고 상처를 위로 받을 수 있는 그림책은 이 책이 아니어도 아주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다. 어른 독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독자를 고려하여 그림책이 창작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 출판사는 어린이를 먼저 고려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지 못한 지점들을 이 그림책에서 발견하신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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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이사 문지아이들
보탄 야스요시 지음, 김영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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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SNS에서 누군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올린 게시물을 보고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되었다. 출판사는 믿을 만한 문학과지성사였지만, 작가는 일본 작가였다. 사실 일본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일본 그림책도 즐겨 읽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본의 느낌보다는 아름다운 전래동화를 한 편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임금님이라는 인물 때문이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이야기와 그림 모두가 굉장히 아름답다.

겉표지를 벗기면 짙은 연두빛 바탕에 신비롭고 패턴이 있는 무늬가 새겨져 있다. 대체 임금님의 이사가 뭘 어떻게 됐다는 건지 궁금증이 들었다. 면지는 하늘색 물감을 푼 듯한 자유롭고 부드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한지 종이 같은 부드러운 재질이다.

첫 장면은 귀여운 당나귀 두 마리가 장막을 열며 작은 성을 보여준다. 무대 위의 이야기 시작처럼 느껴진다. “머나 먼 나라, 깊고 깊은 산 속 작은 성에 부끄럼 많은 임금님과 덤벙대는 친구들이 살았습니다.” 배경과 캐릭터를 안내하는 시작이 전래동화를 연상케 하였다.

익히 알고 있는 임금님 캐릭터는 욕심 많고 어리석은 벌거숭이 임금님이거나 당나귀 귀처럼 무언가 숨길 것이 있는 인물인데, 이 그림책의 임금님은 부끄럼 많은 임금님이었다. 그 다음 장면과 전체 이야기가 어떨지 한 번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부끄럼 많은 임금님은 마음씨가 따뜻하여 누가 힘든 처지에 있으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하는 임금님이었다. 그렇지만 부끄럼이 많아 명령일 제대로 내리지 못하였다. 덤벙대는 친구들은 여섯 명의 성격 좋은 친구들이었는데 이들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임금님이 내린 명령을 엉뚱하게 수행하였다.

임금님은 여섯 친구들이 비좁게 자는 것을 보고는 큰 침대를 만들라고 명령하였는데 여섯 친구들이 너무나도 커다란 침대를 만들게 되어 성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임금님은 이사를 가자고 하였고 여섯 친구는 당황했지만 이사 갈 준비를 하였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 할 때, 내 의도대로 전달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큰 오해가 생겨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이 그림책에서는 말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그때마다 다른 상황들이 연출되었음에도 임금님과 여섯 친구는 서로를 오해하거나 미워하거나 꾸중하지 않는다.

짐수레에 짐을 가득가득 싣고 이사를 가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일들 속에서 임금님은 A를 의도하여 말하였지만, 여섯 친구들은 엉뚱한 방법으로 그것을 해결하기는 한다. 임금님은 해결된 상황이 항상 누군가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덩달아 행복해한다. 그 사이 임금님의 이삿짐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마침내 성에 도착했을 때에는 임금님의 작은 침대뿐이 남지 않았다.

여섯 친구들을 넓은 침대에 재우고 싶었던 임금님은 침대조차 없어진 여섯 친구들에게 임금님의 침대에서 함께 자자고 청한다. 7명이 작은 침대에서 오순도순 붙어서 잠든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한 삶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그림책은 성숙한 어른의 모습, 나눔과 베풂, 따뜻함, 물질에의 초월, 연민하는 마음, 다른 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등을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글의 위치 역시 그림을 고려하여 가장 잘 읽히면서도 그림과 조화를 이루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에 등장한 당나귀 두 마리가 장막을 닫으며 꿈나라로 가자고 인사한다. 섬세한 마음씨를 가진 등장인물들과 그것을 표현한 섬세한 글과 그림이 임금님의 이사를 따뜻함 가득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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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보림어린이문고
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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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백석의 동화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작품으로 기존 그림책 크기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의 그림책이다. 단순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림책의 내용을 보면, 우선 등장인물은 주인공 개구리이며 개구리가 쌀을 얻으러 떠난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소시랑게, 방아깨비, 쇠똥구리, 하늘소, 개똥벌레이다.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개구리는 쌀 한 말을 얻으려 형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위의 언급한 다섯 인물을 차례대로 만나게 되는데, 그 만남은 모두 우는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개구리는 어딘가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닁큼 띄어가 가엾은 마음으로 다정히 왜 우는지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묻는다. 그리고는 바쁜 길 잊어 버리고기쁜 표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따뜻하게 손길을 내미는 모든 장면들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들꽃들이 계속 그려진다.

이후 벼를 얻어 돌아가는 개구리에게 고난이 닥치고 그 고난들은 아까 도움을 줬던 인물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재능으로 그 고난을 극복하게 된다. 이후 모두가 한솥밥을 먹게 되는 이야기이다.

개구리네 한솥밥이 보여주는 세상은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사랑과 나눔의 행복이 있는 따뜻한 세상이다. 고통에 빠져 울고 있던 인물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타인의 관심과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그렇게 도움 받았던 것을 잊지 않고 그들 역시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날 도와줬던 이를 기쁘게 도와준다. 자신이 받은 은혜를 갚으며 돕는 기쁨을 누린다. 그리고 그 돕는 행위의 끝에는 서로의 힘이 합쳐져 행복을 나눌 수 있게 된다. 행복과 사랑은 나눈다고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커지는 것임을 그림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보여주고 있다.

조건 없이 받은 도움은 베풂으로 이어지고 이어진다. 도움의 손길은 연결되고 연결되어 마지막에는 서로가 한솥밥을 나눠 먹는다. 개개인이었던 존재들은 도움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하나의 과정을 겪으며 공동체를 이루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개구리는 가난하여 형에게 쌀을 얻으러 가는 길이었다. 쌀은 생명보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개구리에게 있어 그 행동은 멈춰서는 안 되는 중요한 행위였다. 가던 길을 멈춰 개구리가 펼친 도움은 목숨을 내놓고 도운 것이다. 벼를 얻어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개구리는 그 벼로 함께 밥을 지어 먹게 된다. 벼를 한솥밥으로 먹기까지에도 하나하나 도움이 필요했다. 만약 한 명이라도 없었더라면 주인공은 밥을 먹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있는 세상은 서로간의 신뢰가 두터운 세상일 것이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현실의 어려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라고 순위를 매기지도 않는다.

먹고 사는 것은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관심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 대한 자신과 타인을 향한 도움을 통해 이루어나가는 세상을 이 그림책을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처음 주인공인 개구리를 만날 때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소시랑게, 방아깨비, 쇠똥구리, 하늘소, 개똥벌레들은 어려움에 처해 울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도움을 요청할 용기가 있었다. 그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란 경험 혹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중요한 일로 바빴지만 그것을 제쳐두고 도움을 주는 개구리가 등장하여 그들을 어려움에서 구해준다. 개구리는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길을 가는 중이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제쳐두고 알지도 못하는 이를 도운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개구리에게 어려움이 쳐했다. 사실 그 어려움들은 개구리가 다른 이들을 돕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고난이다. 그러나 개구리는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의지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고난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고 있다.

그런 개구리에게 하나 둘 아주 적절한 도움들이 등장한다. 앞이 어두웠던 개구리에게 불을 밝혀주는 개똥벌레, 그 개똥벌레는 개구리가 도와줬던 친구였다. 짐이 무거웠을 땐 힘 쎈 하늘소가, 길이 막혔을 땐, 쇠똥구리가, 쌀을 빻아야 할 땐 방아깨비가, 밥을 지어야 할 땐 소시랑게가 등장해 도와준다. 이 도움들은 꼭 그 친구가 아니면 줄 수 없는 도움들이었다.

인간은 각자 자신만의 달란트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중요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한 번 이상은 아주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그 달란트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순 없으며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처럼 개구리네 한솥밥은 인간은 연약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 그 도움에 응답하는 베풂,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심, 돕는 기쁨, 나누면서 행복해지는 그런 함께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책에 나온 세상과 인간의 모습은 깊은 감동으로 인해 나도 그러한 삶을 살고 싶게 하였다. 흔히들 주는 만큼 받아라, 기브앤테이크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 면만 보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줄 때 받을 것을 생각한다면, 받지 못했을 땐 원망이나 미움, 실망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고 그것은 스스로를 갉아 먹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개구리처럼 주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면 자신의 행위가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부모-자녀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기브앤테이크 개념은 한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생각인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 값을 수 없는 보살핌을 받아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했다. 인간은 성장 자체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존재인 것이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도울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타인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세상은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개구리는 누군가의 울음 소리를 듣자 그곳으로 빠르게 뛰어갔고 온 몸을 숙여 그 어려움을 듣고 마음으로 가엾어 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단지 사람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나의 존재가 다른 이와 이 세상에 유익이 됨으로써 스스로가 기쁨으로 충만케 되는 것을 경험해가며 더불어 더 나은 세상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다른 이를 섬기며 살아가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그러한 분들이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계신다. 불의에 저항하고 다른이를 목숨 받쳐 돕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한 삶을 살아온 요한·씨돌·용현, 의사로서의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그 재능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다른 이를 살리고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님,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1988년부터 밥퍼 운동을 해 오신 최일도 목사님 등 이 외에도 자신의 삶과 목숨을 바쳐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분들이 계신다.

이러한 행위들만이 타인을 돕는 행위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며 다른 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맡은 바를 온 맘 다해 하는 것 역시 그분들의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이 그림책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할 때마다 꺼내보고 감동케 만드는 책이며, 그 감동으로 인해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는 태도로 살고자 마음을 다잡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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