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네 한솥밥 보림어린이문고
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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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백석의 동화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작품으로 기존 그림책 크기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의 그림책이다. 단순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림책의 내용을 보면, 우선 등장인물은 주인공 개구리이며 개구리가 쌀을 얻으러 떠난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소시랑게, 방아깨비, 쇠똥구리, 하늘소, 개똥벌레이다.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개구리는 쌀 한 말을 얻으려 형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위의 언급한 다섯 인물을 차례대로 만나게 되는데, 그 만남은 모두 우는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개구리는 어딘가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닁큼 띄어가 가엾은 마음으로 다정히 왜 우는지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묻는다. 그리고는 바쁜 길 잊어 버리고기쁜 표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따뜻하게 손길을 내미는 모든 장면들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들꽃들이 계속 그려진다.

이후 벼를 얻어 돌아가는 개구리에게 고난이 닥치고 그 고난들은 아까 도움을 줬던 인물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재능으로 그 고난을 극복하게 된다. 이후 모두가 한솥밥을 먹게 되는 이야기이다.

개구리네 한솥밥이 보여주는 세상은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사랑과 나눔의 행복이 있는 따뜻한 세상이다. 고통에 빠져 울고 있던 인물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타인의 관심과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그렇게 도움 받았던 것을 잊지 않고 그들 역시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날 도와줬던 이를 기쁘게 도와준다. 자신이 받은 은혜를 갚으며 돕는 기쁨을 누린다. 그리고 그 돕는 행위의 끝에는 서로의 힘이 합쳐져 행복을 나눌 수 있게 된다. 행복과 사랑은 나눈다고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커지는 것임을 그림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보여주고 있다.

조건 없이 받은 도움은 베풂으로 이어지고 이어진다. 도움의 손길은 연결되고 연결되어 마지막에는 서로가 한솥밥을 나눠 먹는다. 개개인이었던 존재들은 도움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하나의 과정을 겪으며 공동체를 이루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개구리는 가난하여 형에게 쌀을 얻으러 가는 길이었다. 쌀은 생명보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개구리에게 있어 그 행동은 멈춰서는 안 되는 중요한 행위였다. 가던 길을 멈춰 개구리가 펼친 도움은 목숨을 내놓고 도운 것이다. 벼를 얻어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개구리는 그 벼로 함께 밥을 지어 먹게 된다. 벼를 한솥밥으로 먹기까지에도 하나하나 도움이 필요했다. 만약 한 명이라도 없었더라면 주인공은 밥을 먹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있는 세상은 서로간의 신뢰가 두터운 세상일 것이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현실의 어려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라고 순위를 매기지도 않는다.

먹고 사는 것은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관심 그리고 자신 스스로에 대한 자신과 타인을 향한 도움을 통해 이루어나가는 세상을 이 그림책을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처음 주인공인 개구리를 만날 때 모두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소시랑게, 방아깨비, 쇠똥구리, 하늘소, 개똥벌레들은 어려움에 처해 울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도움을 요청할 용기가 있었다. 그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란 경험 혹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중요한 일로 바빴지만 그것을 제쳐두고 도움을 주는 개구리가 등장하여 그들을 어려움에서 구해준다. 개구리는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길을 가는 중이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제쳐두고 알지도 못하는 이를 도운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개구리에게 어려움이 쳐했다. 사실 그 어려움들은 개구리가 다른 이들을 돕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고난이다. 그러나 개구리는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의지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고난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고 있다.

그런 개구리에게 하나 둘 아주 적절한 도움들이 등장한다. 앞이 어두웠던 개구리에게 불을 밝혀주는 개똥벌레, 그 개똥벌레는 개구리가 도와줬던 친구였다. 짐이 무거웠을 땐 힘 쎈 하늘소가, 길이 막혔을 땐, 쇠똥구리가, 쌀을 빻아야 할 땐 방아깨비가, 밥을 지어야 할 땐 소시랑게가 등장해 도와준다. 이 도움들은 꼭 그 친구가 아니면 줄 수 없는 도움들이었다.

인간은 각자 자신만의 달란트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중요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한 번 이상은 아주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그 달란트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순 없으며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처럼 개구리네 한솥밥은 인간은 연약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 그 도움에 응답하는 베풂,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심, 돕는 기쁨, 나누면서 행복해지는 그런 함께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책에 나온 세상과 인간의 모습은 깊은 감동으로 인해 나도 그러한 삶을 살고 싶게 하였다. 흔히들 주는 만큼 받아라, 기브앤테이크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한 면만 보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줄 때 받을 것을 생각한다면, 받지 못했을 땐 원망이나 미움, 실망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고 그것은 스스로를 갉아 먹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개구리처럼 주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면 자신의 행위가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부모-자녀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기브앤테이크 개념은 한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생각인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 값을 수 없는 보살핌을 받아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했다. 인간은 성장 자체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존재인 것이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도울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타인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세상은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개구리는 누군가의 울음 소리를 듣자 그곳으로 빠르게 뛰어갔고 온 몸을 숙여 그 어려움을 듣고 마음으로 가엾어 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단지 사람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나의 존재가 다른 이와 이 세상에 유익이 됨으로써 스스로가 기쁨으로 충만케 되는 것을 경험해가며 더불어 더 나은 세상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다른 이를 섬기며 살아가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그러한 분들이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계신다. 불의에 저항하고 다른이를 목숨 받쳐 돕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한 삶을 살아온 요한·씨돌·용현, 의사로서의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그 재능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다른 이를 살리고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님,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1988년부터 밥퍼 운동을 해 오신 최일도 목사님 등 이 외에도 자신의 삶과 목숨을 바쳐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분들이 계신다.

이러한 행위들만이 타인을 돕는 행위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며 다른 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맡은 바를 온 맘 다해 하는 것 역시 그분들의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이다. 이 그림책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할 때마다 꺼내보고 감동케 만드는 책이며, 그 감동으로 인해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는 태도로 살고자 마음을 다잡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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