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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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야기 자체도 훌륭하고 끌고 가는 힘도 좋지만, 인생에 대한 작가의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에 밑줄을 치게 되는 또 다른 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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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의 시대 - 길들여진 어른들의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
이승욱.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절판


이반 일리치가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미래 같은 건 없다. 희망만이 있을 뿐이다. 희망할 수 있을 뿐이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다행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을 느껴야 하고 겪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린 결국 교묘한 진통제로 통증을 무화시키고 무감각한 채로 자신이 (사실은 우리의 후손이) 어떻게 다칠지 모르는 맹목의 상태로 달려나갈 것이다. 그때 우리를 보호해줄 유일한 것은 오직 ‘희망 없음’이다.
-235쪽

자기혐오란 무엇인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수치스러워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치심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다. 죄책감이 유무형의 법적 책무에서 비롯되는 양심적 자기 처벌이라면, 수치심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적 자기혐오다. 뭔가 부끄럽다는 것은 사회적인 평가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고,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는 경험을 포함한다.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체험하는 것이다. 수치심은 타인을 내 안에 비춰보는 행위다. 내 안의 타자가 수치심의 발원지다.-214쪽

임신 출산 관련서나 육아 관련 서적의 대부분은 어떤 아이로 만들 것인가에 집중한다. 여성이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의 변화나 의미 등은 생략되고, 엄마 노릇을 하는 것으로 바로 넘어간다. 결국 엄마 노릇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만 남는다.-50쪽

가족 공동체는 사라지고 경제 공동체 또는 생존 결사체로 남은 핵가족은 정서적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새로 태어난 생명을 돌보는 것이 가족 공동체 전체의 기쁨이고 마을 공동체 모두의 책임이었던 시대에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역할은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으로 족했다. 하지만 이제 생존 공동체로 남은 핵가족 시대에 남자는 아내의 정서적 수용처, 감정적 피난처가 되어야 한다. 아내는 그것을 가장 중요하게 원한다. 하지만 남성은 여전히 누군가를 수용하고 공감하는 존재로 키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이 시대에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남아선호와 불평등의 전통이 만들어낸 오랜 고질이다.-52쪽

그들(20대)의 태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효율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최대한 ‘수동적인’ 포지션에서 누군가로부터 ‘주어지는 매뉴얼’에 입각해 행동하는 것이다.-57쪽

이미 갖추어진 삶에서 시작했으니 자신이 애써 뭔가를 만들거나 궁리할 필요가 없다. 그 수준과 조건을 유지하고, 거기서 더 나빠지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현재의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면’이라는 과잉된 불안을 생각해보자. 몰락에 대한 실제적 위협보다 그것에 대한 공포는 삶을 가혹하게 만든다.
실제로 그들은 이런 공포를 야기할 만한 몰락을 경험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IMF를 경험한 것이다. 부모나 일가친척 중 누군가가 일자리를 잃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인 상황과 지위가 하락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삶의 기반이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62쪽

정신분석가 윌프레드 비온은 ‘고통을 느끼지만feeling, 겪어내지suffering 못하는 것이야말로 심리적 고통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단지 고통스럽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둘러 없애고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자꾸 시도하는 데서 문제는 비롯된다. 고통은 나쁜 것이고, 가능한 한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지금 20, 30대의 부모는 그들의 자식이 실패하지 않고, 그 실패 때문에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인생을 구성하는 중요한 인자는 무엇인가? 고통 없는 삶은 삶 그 자체에 대한 거부와 다름없다. 고통을 ‘겪어내는’ 과정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어떻게 그 고통을 마음에 품어 변화와 변형을 이끌어낼 것인가? 결국 이러한 질문들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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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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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완독이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 다만 손 뻗으면 닿을 곳에 두고 시시때때로 찾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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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힘 (반양장) -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를 보다
얀 칩체이스 & 사이먼 슈타인하트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 위너스북 / 2013년 6월
구판절판


인도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디자인되어 출시가격이 2900달러밖에 되지 않는 타타 나노는 왜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일까? 왜 그들은 가격이 두 배 이상인 마루티 스즈키 알토를 선택할까? 저소득층은 얼마 안 되는 수입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 즉 싸구려를 소비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그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왜?"에 관한 육감을 발휘하여 저소득층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즉 소득이 적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라. 이들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군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동전 한 닢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어설픈 제품을 살 형편이 못 된다. 따라서 수중에 2900달러가 있다 해도 자체 화재 발생이 잦다는 소문이 도는 차를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혹시라도 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새로 차를 구입할 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34쪽

아시아 문화권의 사람들이 집 내부의 과시용 공간에 투자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과시에 투자를 덜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밖으로 가져가서 사용할 수 있는 과시용 물건을 사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이다.-89쪽

똑똑한 상인들은 명품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제품의 어떤 측면을 예산에 맞는 가격 내에서 제공함으로써 대중 명품, 즉 매스티지를 창조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진입장벽을 낮춘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나와 있는 실제 페라리의 숫자와 비교해서 페라리 키홀더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92쪽

금전적 부는 언제나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귀중한 자산으로 여겨지면서 업무를 위임하고 시간을 절약하는 일이 사회적 지위의 중요한 증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자유나 여가시간이 내포하는 긍정적 의미가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사회가 더 긴밀하게 연결될수록 그 연결고리를 끊고 단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신분의 주요한 상징이 되리라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장시간 저노하를 받지 않는다든가, 3주 동안 휴가를 가는 등 세상과의 접속 스위치를 끄는 것이 힘들어질수록, 그러한 행위는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될 것이다.-93쪽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찰하고, 기록하고, 직접 질문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좀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거짓으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자체가 그들이 꿈꾸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가끔은 거짓말이 진실을 밝혀준다. 사용자 경험을 조사할 때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긍정적 특성과 피하거나 숨기려는 부정적 특성을 알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96쪽

우리의 개인 정보를 가지고 회사들과 정부들이 무슨 일을 할지 걱정하는 반면에 우리는 사람들과의 교제나 소비를 핑계로 자신의 개인 정보를 훨씬 더 구체적인 도구를 통해 전파하고 있다.
(...)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지도 위의 파란 동그라미와 근처 고급 피자집 정보를 얻는 대신 회사들이 자신의 위치를 추적하도록 하용하지 않는가.(128)-126쪽

기업들의 리서치에 기본값으로 지정된 프레임워크가 하나 있다면, 바로 고객 여정 지도다. 이 도구는 하루 동안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겪는 각각의 사건에 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하고, 한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옮겨가는 방법을 도표화하며, 우리가 디자인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접점을 식별해낸다. 고객 여정 지도는 문서화 과정이 꽤 정확하고 외양 역시도 수많은 네모와 선들이 연결되어 있어 상당히 전문적이며, 따라서 기본 수준의 이해를 쌓아가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
한계치 맵threshold map을 짤 때, 한 인간이 대부분의 사간 동안 경험하는 일반적 상태를 기본값이라고 부른다. 한계치 맵은 이러한 기본값을 알려주고, 그다음 인간이 다른 상황으로 건너갈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이 한계에 다가가거나 이를 뛰어넘으면서 경험하는 감정은 그들로 하여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50쪽

기술은 행동을 증폭시킨다. 즉 선한 일을 하려는 사람이 선한 일을 더 많이 하도록 돕고, 악한 일을 하려는 사람이 악한 일을 더 많이 하도록 돕는다.-93쪽

소형화miniaturization가 가져오는 결과는 또 있다. 시각 인터페이스에서 점차 물러나 청각 전용으로 옮겨감에 따라, 신분을 자랑하는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 유일한 인터페이스 요소는 대화 그 자체가 될 것이다.-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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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힘 (반양장) -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래를 보다
얀 칩체이스 & 사이먼 슈타인하트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 위너스북 / 2013년 6월
구판절판


이제 우리는 스위치를 올려서 방이 환해지는 순간, 불이 켜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작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집 안의 전기 배선, 전등갓 거푸집, 온 동네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실험 및 최종 표준화 과정, 전기를 발전시키고 저장하고 운반하는 방법 등 복잡하고 긴 일련의 과정을 잊고 사는 것이다. 전깃불의 원리보다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테이블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스위치를 올릴 때 '과학기술'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으며, 전구에 불이 제대로 들어오는 한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신기술이 활발히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불평 없이 사용할 사람은 흔치 않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도 충분히 쓸 만한데 왜 제대로 작동할지 확신할 수 없는 신제품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겠는가?-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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