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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세대가 흘렀다. 글을 발표한 때가 내가 태어나던 즈음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그때처럼 연근수당이 반토막이 되거나, 노동자 대표가 사용자 측에 권리를 요구하다가 쫓겨나거나, 연근 때문에 조는 노동자를 작업반장이 옷핀으로 쿡쿡 찔러대거나, 단지 '난장이'라는 이유로 두들겨 맞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같다.
부당한 처우에 항의를 하려해도 해고 처분을 받을까봐 두려워 입을 닫아야 하고 사용자는 지금은 파이를 키워야 할 때라고 말하고 생활비로서가 아니라 생존비 명목의 임금을 손에 쥐는 사람들이 여전하고 집을 철거하고 새집을 올리는데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으로 보금자리를 옮겨야 한다.
무려, 30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그렇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시간'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라고 하는데 무려 30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노동의 강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은폐된 강요에 의한 자발적 노동강도는 더욱 세졌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것이 무려 30년 전의 이야기란 것이다.
1977년 노동현실의 부조리, 빈민의 고단한 삶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써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고 그것은 정치현실에 대한 갈등과 저항이 오히려 사용자로 대변되는, 당시에는 상대적 약자였을 자본가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에 무섭다.
게다가 또 더욱 무서운 것은 30년이 흐른 지금을 돌아보면서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된 것 마저도 노무현 탓이라는 우스개처럼, 이제 모든 것은 정권,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러면서 더 은밀하고 일상화된 모순은 철저하게 가려진다. 이제 정치권력은 자본권력 앞에 무력화되었다고 하니 그도 그럴 만하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더 많이 말할 수 있고 더 크게 말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이 소설집과 같이 우리의 눈으로 보고 우리의 입으로 우리의 삶을 말하는 작가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의란 강자를 위한 이익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이제 모두들 정의를 우리 모두의 이익으로 만들려는 시도보다는 내가 강자가 되어야 한다는 시대에, 이런 곳에 눈을 돌리려는 시도는 어디에 있을까.
소설로서, 덜 다듬어진 듯도 하고, 문학적 서사보다 르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 이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것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