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Choi Min Shik 열화당 사진문고 19
최민식 지음 / 열화당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사진이야기 하나를 하자.

내 고향은 강원도 태백 철암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저탄장이 있는 탄광촌이다. 나는 그곳을 떠나온 돌 이후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하다 올해 처음 찾았다. 가기 전에 네이버에서 이미지 검색을 했다. 검은 빛 스러져가는 과거의 이미지로 가득찼다.

나도 카메라를 가져갔으나 단 한 장도 누르지 못했다. 그들의 사진은 왜곡돼 있었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그들에게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다. 타자로서 철암을 바라본 이들의 블로그 사진은 거의 폭력이었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블로그와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유명해진 최민식의 사진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누구도 최민식을 그렇게 '타자화된 시선'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그가 그들 가운데 하나이며 일생을 두고 그들을 필름에 담고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잘 몰라 구도와 대비 이런 것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떻게 찍는가보다 왜 찍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 작은 떨림...그것이 최민식이 간첩으로 매양 신고당하면서도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이유 아닐까.

그러나 걱정이 든다.

이런 이미지가 혹여나 과거의 빈궁을 통해 현재의 영화를 결론지을까 해서다.

아닐 것이다.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그 작은 떨림을 '지금, 여기'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큰 울림.

그것이 내가 이 책에서 얻게 된 감흥이다.

양극화,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같은 현재적 문제가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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