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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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 선 문장'을 좋아한다.   

수다스럽지 않고, 견고해서 읽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문장.

그런 문장으로 쓰인 책을 만나면 아주 천천히 읽는다.

가능한 오랫동안 문장을 음미하고 싶어서.   

조경란의 <백화점>이 내겐 그런 책이었다.

표지에 "소설가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논픽션"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과한 포장용 문구가 아니라는 걸, 몇 장 넘기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책은 두 번 보기 어렵고, 

알고 있는 것들을 잔뜩 나열한 책은 삶과 너무 동떨어져 삐닥하게 바라보게 되는데 

사적인 이야기와 인문학적 지식이 적당히 어우러져

머리와 가슴을 꽉꽉 채워준다고 할까. 

조경란 작가의 취향, 가족사, 작가가 되기까지의 시간들...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고.

작가 개인에게는 세상과의 불화가 고통스럽겠지만, 

읽는 이에게는 날 선 시선으로,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물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매혹적이기 마련.

다양한 물품들이 진열된 백화점처럼 사물, 세계, 사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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