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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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렇게 열심히 택배를 기다리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늘 뭔가 사고, 언제나 택배를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에 익숙해졌다.

기다리기 위해서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사기 위해서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살기 위해서 사는 것 같기도 하고, 내 마음 왜 이런지 나도 모르겠다.

택배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황지우 선생님 죄송합니다!)

세상에서 택배를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택배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문을 열고 단지로 “들어오는 모든” 택배 기사가

내 택배였다가, 내 택배였다가, 내 택배일 것처럼 오다가, 다시 문이 닫히고,

택배 기사는 끝내 다른 집으로 간다.

-p. 158

 

158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이미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빵 터져버렸다.

“택배를 기다려 본 사람”이기에 안다.

택배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가슴 애리는 일인지 ㅎ ㅎ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집에 혼자 있을 때

반가운 그 목소리,

“택배요!”

택배는 잠을 깨기 위해 회사에서 마시던 달디 단 커피 믹스 같은 것.

그날이 그날인 것 같은 반복되는 일상에 청량제 같은 것.

 

황지우 시인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를 알고 읽으면 더 웃기다.

김중혁 작가가 인용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ㅎ ㅎ

유머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해도 유머러스한 이 책 덕분에

짜증스러웠던 하루에 잔뜩 뒤틀린 심사가 말짱해졌다.

청춘은 마흔부터! 먹기 싫으면 당근 같은 건 안 먹어도 되고!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

버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아님 말고!

글 멋있게 쓰기보다 독자를 웃게 만들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김중혁 작가님, 최고!

(물론 글도 잘 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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