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음에 닿다 - 살며 여행하며, 그 남자가 보고 느낀 생생한 스페인 이야기
박영진 지음 / 마음지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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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음에 닿다”. 스페인이 처음 내 마음에 닿은 때는, 내가 17살 무렵이었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후에, 2외국어로 네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그리고 스페인어. 그 중 내가 선택한 언어가 스페인어였다. 내가 스페인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던 건 전혀 아니었다. 내가 스페인어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여행’. 어린 나의 버킷리스트 목록 중 하나는 많은 나라 여행하기였다. 그리고 스페인어는 현존하는 모든 언어들 중, 가장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훌쩍 커버린 나는, 많은 변명을 대면서 여행을 미뤄왔다. 그리고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본 순간, 어린 내가 꿈꿨던 스페인의 모습이 다시 마음 속에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여행기를 쓴 책들은 많다. 많은 책들 중 나는 이 책의 표지가 여태껏 본 여행기의 표지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대부분 열정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보통 스페인 여행기의 표지는 붉은 옷을 입고 춤추는 무희나, 저녁 즈음 시끌벅적한 파티나 술을 마시는 스페인 현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스페인, 마음에 닿다의 표지는 저녁 즈음 노을이 비치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표지를 보지마자, 스페인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열정적이고 시끌벅적하지만, 이렇게 도시 곳곳에 낭만적이고 고즈넉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니.

스페인, 마음에 닿다가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들 중 하나는 저자가 몇 박 몇 일로 짧게 다녀온 여행이 아니라, 1년 동안 살며 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들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거주하며 쓴 책이라 시한부 여행자(?)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여행한 흔적이 느껴진다. 나는 오히려 모든 이들이 가는 뻔한 곳 말고 더 다양한 체험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책에는 풍부한 역사나 미술에 관한 지식들이 쓰여져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무작정 작품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며 지나치는 것과, 한 작품을 보더라도 그림이 그려진 당시 상황이나 배경,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 등을 알고 보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은 따로 공간을 할애하여 미술작품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들을 해 주고 있다. 또한 스페인의 파란만장한 역사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어서, 스페인 여행을 좀 더 깊이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챕터를 꼽자면, 안달루시아의 말라가에 관한 챕터를 꼽을 수 있다. 사실 나는 몰랐었는데,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말라가는 미술게의 거장 피카소(Pablo Picasso)의 고향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야 오래 전 고등학교 스페인어 시간에 언뜻 들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스페인에 이런 곳이 존재하는 줄 몰랐는데, 곳곳에 피카소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는 곳이었다. 식당 앞에는 피카소 그림이 메뉴판과 함께 세워져 있기도 하고, 피카소 동상도 있다고 한다. 이 챕터에서는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생애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예술계의 거장들에게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니 흥미로웠다. 이처럼 중간중간 다양한 비화도 함께 첨부하는 게 이 책의 큰 매력인 것 같다.

스페인, 마음에 닿다를 읽고 많은 걸 느꼈다. 가장 큰 감정은 벅참이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인,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스페인으로. 사실 스페인을 단편적으로만, 또 이제보니 고정관념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스페인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17kg의 옷을 입고도 열정적으로도 춤을 추는 무희의 모습, 이슬람의 문화를 담은 안달루시아의 목욕탕, 까딸루냐의 이루냐 카페에서 닫힌 카페 입구를 쓸쓸하게 바라보는 헤밍웨이 동상, 동화에 나올 것만 같은 청년 가우디의 별장을 볼 수 있는 꼬미야스, 해리포터 서점으로 유명한 뽀르또의 렐로(Lello)서점. 이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든 또 다른 생각은, 스페인어를 다시 배워야 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여행자의 신분으로 보는 스페인도 물론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스페인어를 잘 구사한다는 점이 너무 멋있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현지인들과 거리낌없이 이야기하고, 스페인 사투리에 관한 이야기도 책에 함께 담기 위해서는 스페인어 실력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스페인어를 할 줄 안다면, 스페인 여행이 더욱 풍부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몇 년간 버려뒀던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스페인어 학원에 등록했다. 당장 이 글을 마무리지은 후, 저녁에도 스페인어 학원에 가야 한다. 몇 달 뒤 스페인에서 만날 따뜻한 사람들의 질문에 스페인어로 곧잘 대답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는 모두들 어릴 때 해외여행의 꿈을 한 번씩 품어본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도 당장 떠날 수 있다면 떠나고 싶지만,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여행은 후순위로 미뤄졌을 터이다. 스페인, 마음에 닿다는 그런 당신에게 새로운 마음을 먹게 할지도 모른다. 예쁜 사진들과 금방이라도 떠날 수 있게 쓰인 여행 꿀팁, 그리고 소박하지만 드라마같은 우연들이 다시 한 번 가슴을 뛰게 할 것이다. 책의 프롤로그 중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당신이 만약 스페인 여행의 발걸음을 내딛는 곳에 있다면, 이제 당신은 보물섬 입구에 서 있는 탐험가나 다름없다. 어떤 사자를 열건 거기에는 보물이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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