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빅뱅부터 2030년까지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만나는 인류의 역사
김민주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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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중인 학과에서 필수로 지정하고 있는 네 과목이 있는데, 철학사, 과학사, 서양사, 그리고 예술사다. 이렇게 많은 교양과목을 졸업 전 필수로 들어야 할 과목으로 지정해놓은 학과나 학교는 잘 없는데, 무려 네 과목이나 필수라니 처음 입학한 후에는 많이 놀랐다. 또 독특한 점은, 네 과목이 모두 역사에 관련된 과목이라는 점이다. 해당 네 교양과목을 필수로 지정한 학과장과의 면담에서 학과장님은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계의 역사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나도 네 과목 중 벌써 두 과목째 듣고 있는 입장에서, '철학' '과학' 등 한 분야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세계사를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책을 펼쳤다.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는 500쪽 분량의 책 무게에도 불구하고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목차 부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시대별로 크게 나눈 뒤 한 챕터당 굉장히 많은 수의 질문들로 구성했다. 때문에 일반적인 역사책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로 읽어야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내가 관심이 있거나 평소 알고 싶던 질문들부터 선택해서 읽어도 된다. 나의 경우에는 최근 중세 과학사를 공부하고 있던 차라, 어떤 분야든 중세 역사를 공부한다면 빠질 수 없는 기독교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중세 챕터의 여덟 번째 질문, "왜 로마제국은 기독교를 박해하다가 국교로 공인했을까?"에서는 네 페이지에 걸쳐 기독교의 전파를 이해하기 쉬운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아예 역사에 무지하기 보다는, 해당 시대에 적당한 관심이 있어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챕터에서 해당 역사에 대해 상세하고 깊게 다루기 보다는 가벼운 개요서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다. 때문에 초보자가 읽을 때 부담이 없고, 자신이 좀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을 알고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동서양의 역사를 고루 다루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철학사와 과학사를 공부했는데, 제목만 '역사'로 달아놓고 막상 수업을 들어보면 온통 서양의 역사만 다룰 뿐이다. 특히 근대에 올수록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 동양 철학에 관심이 많은데, 철학사에서도 서양 근대 철학만 다루어서 아쉬웠다. 동양철학도 서양과 비교했을 때 그 방대함과 깊이가 지지 않는데 말이다. 과학사도 마찬가지다. 이슬람과 유럽의 역사만 다루다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동서양 균형에 대한 부분을 무척 많이 의식한 듯 해 보였다. 중국이 자기 나라의 역사를 자꾸 바꾸는 이유를 탐색하면서 힌두교 이야기, 이슬람교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십자군전쟁을 다루면서 명나라의 항해 기록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프롤로그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이야기를 했는데, 미드나잇 인 파리를 '전 세계 버전', '빅히스토리 버전'의 텍스트로 본 듯 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빅히스토리 관점에서 다루고자 욕심을 냈다고 썼는데, 욕심이 아니라 매우 좋은 결정이었다고 보여진다.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덕분에 앞으로 들을 서양사, 그리고 예술사 수업이 더 재미있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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