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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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병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처음 유병재가 화제가 되었을 때, 지금까지의 개그맨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했다. 몸으로 웃기거나 유행어를 밀기 보다는, 사회풍자나 스탠드업 코미디에 열중하는 모습이 그랬다. 최근 NETFLIX에서도 유병재의 쇼를 방송하는데, 한국에는 없던 형태의 코미디쇼라서 색다르면서도 재미있다는 게 신기했다. 우울할 때마다 유병재의 SNS를 보고, 그의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요즘 20대들의 일상이 됐다. 나 또한 그렇다. 유병재의 팬으로서, 그의 책이 궁금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는 술술 읽히는 책이다. 조금만 훑어보면 알겠지만, 유병재가 주목받던 초기에 썼던 짤막한 사회풍자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들로 쓴 반전이 있는 시들을 모은 것이다. 유병재의 센스와 위트는 누구든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이번에는 서평이라기보다는 유병재와 그의 코미디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그의 성공요인을 익숙한 참신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얼마 전 한 현업자분께서 성공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익숙한 참신함이라고 했다. 아이디어는 참신해야 하지만, UI는 새로워야 한다고 한다. 결국 빛나는 아이디어라도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흠이 있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유병재는 굉장히 지혜로운 것 같다. 그는 <코미디빅리그><개그콘서트>같은 저명한 코미디쇼에 나온 적이 없다. 대신 유튜브와 넷플릭스, 그리고 인스타그램이라는 개그계에서는 새로운,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한 플랫폼으로 다가갔다. 인스타그램에서 꼼꼼하게 소통을 하고, 유튜브에서도 실시간으로 팬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그의 코미디쇼는 이미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한, 그러나 개그계에서는 참신한 방식과 내용을 아울렀다는 것이 흥미롭다.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점은, 유병재가 평소 사회 문제와 우리 주변에 매우 관심이 많고 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유병재의 영상이나 글들을 읽으면 모르는 사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떻게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이토록 잘 긁어줄까 싶다가도,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 큰 노력이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코미디의 내용들도 그렇다. 피식거리며 웃다가도, 책장을 닫으면 유쾌함과 함께 유병재가 긁어준 부분들 덕분에 시원함도 든다. ‘블랙코미디의 아주 큰 강점이다. 또 유병재의 코미디는 생활밀착형이다. “이 사람은 매일 우리 주변에서 무엇을 풍자할까만 생각하고 사나?”하는 의문이 드는 재밌는 글들이 많았다. 덕분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다 읽은 후 어머니께 드렸는데, 나만큼 재미있게 읽으시는 걸 보면 유병재는 남녀노소를 웃길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블랙코미디의 들어가는 부분에서 유병재는 자신이 작가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독자들을 울고 웃기는 것은 무척이나 숙련된 작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병재는 아주 뛰어난 작가다. 유쾌한 한 방이 필요하다면,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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