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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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을 주는 것은 어렵다. ‘아무 질문이나 던지는 것은 쉽다. ‘스스로 해답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단 두 권의 책으로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책들이 그렇다.

처음 유발 하라리를 접한 것은 사피엔스였다. 막 대학에 입학한 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책을 읽었던 터라 온통 밑줄을 치고, 요약을 하면서 겨우 한 권을 끝냈던 기억이 난다. 그토록 힘든 여정을 계속하게 했던 건 유발 하라리 특유의 깊은 통찰 때문이었다. 그의 글은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다른 흔한 책들처럼 아무 질문이나 던지는 것도 아니다. 대신, 스스로 해답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자신의 통찰을 제시하며 함께 고민하도록 한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의 책들은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들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특징에 관한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인간과 타 동물들을 구분하는 분명한 특징을 찾으려는 시도는 수없이 있어 왔다. ‘이성’, ‘도덕성’, ‘기술’, 그리고 과학적 증명까지 많은 특징들이 그 구분점으로 이야기되었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는 다르게 생각했다. ‘상상력이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구분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가장 진보한 생명체로 만든 것은 우리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사고하는 유례없는 능력덕분이라는 것은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반박을 제기할 수 없는 가설을 참이라고 받아들인다. 이성을 상실한 사람, 도덕성이 결여된 반인륜적 행위를 저지른 사람, 인간 말고도 기술이라고 인정받는 능력을 가진 동물들 ...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구분점은 반박이 되었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상상력’, ‘집단사고에 관한 유발 하라리의 주장은 반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무지에 관해 다룬 부분도 인상깊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지하다.” 언뜻 굉장히 무시하는 어투로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해당 챕터를 읽으며 그의 주장에도 반박하기 힘들었다. 타인의 무지를 지적하는 인문학자들도, 과학자들도 결국 그들의 틀에 매몰돼 무지할 수 있다는 것. “고객이 왕이다! 고객의 의견은 절대적이다!”고 외치는 대부분의 가치관들... 유발 하라리의 주장과 예시들은 매끄럽게 읽히면서도 내 평소의 생각들을, 아니 편견들을 부숴놨다.

얼마 전부터 학교에서 학회를 시작하게 됐는데, 학회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논리력이다. 어떤 공모전을 하든 대부분 논리력이 채점기준 안에 들어가있다. 이번에 학회에서 처음으로 산학협력을 하며 신기했던 것은 독창성논리력은 양립한다는 것이다. 논리적인 접근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을 배웠다. 그 때 팀원들과 유발 하라리 이야기를 꺼냈었는데,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큰 도움이 됐다. 읽으면서 내내 유발 하라리의 논리성에 감탄했다. , 나도 언젠가 이런 사고를 하고 싶다는 동경심이 들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또 지금이 아니라 제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곱씹어 읽어야 할 책이다. 다음 번에 통찰력을 얻기 위해 이 책을 펼쳤을 때는, 내 사고의 깊이도 한층 깊어져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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