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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 평생 가난할 운명에 놓인 청년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박성민 옮김 / 시공사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다시 대학생이 될 수 있을까요?”
KBS 스페셜의 남진현 PD가 추천의 글에 인용한 말이다.
일본 취재 중에 만난 이 여학생은 2년째 대학을 휴학하고
다코야키를 팔며 학자금을 벌고 있었다고 한다.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고 학교 밖으로 밀려난 학생이 과연 일본에만 있을까?
‘빈곤세대’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기 동향 등에 따라 미래가 좌지우지되고
예전의 고용형태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버린 2030 청년세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단지 일시적인 취업난이나 젊어서 한 번쯤 거치는 어려움에 부딪힌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정책이나 지원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을 해도
여전히 가난한 ‘워킹푸어’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옛날엔 더 힘들었다.’ ‘참고 일하면 달라진다.’라고 쉽게 말하는
기성세대의 무관심 속에 청년들은 학교와 집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학업을 이어가려면 가혹한 노동현장에서 일해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예전 세대처럼 일정한 직업을 얻을 수 없다.
졸업과 동시에 갚아나가야 하는 학자금 대출은 비정규직 고용이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노동에는 ‘보상받는 노동’과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 존재한다.
일해도 결국 ‘빈곤을 유지하는’ 역할밖에 못 한다.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몰려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대우는 언제까지나 나아지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중요성이 새로이 대두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개별적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잘못된 기업의 구조를 알려
사회에 변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폭넓은 활동을 펼쳐야 한다.
노력과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출신 가정의 소득이나 교육자원의 양에 따라
진학하는 학교나 장래가 결정되지 않도록 학자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갚아야 하는 대출제도에서 장학금 형태로 전환해야 하며
정책 실행에 필요한 재원은 부유층 과세도 검토해서 확보해야 한다.
또 주거비 보조와 주택 정책을 통해 거주지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주거의 자유와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정부는 빨리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청년 스스로 자신의 문제와 사회 전체를 고찰하고
다양한 정보를 폭넓게 수집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이대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시종일관 자기책임론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정책 역시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힘든 상황은 더 가속화될 뿐이다.
이 책은 당사자인 청년들뿐만 아니라 최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청년 문제를
단순한 ‘세대론’으로 치부하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성세대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일본 저자가 쓴 일본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상황과도 너무 닮아서 많은 생각 거리를 준다.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자신의 과거에만 비추어 판단하지 말고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 책은 우리 주변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