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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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도전적인 제목은 뭔가 상투적이고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극한다. 특히 정보라 작가의 책이라면 더 그렇다.

단편 <문어>를 읽고 그 상투성을 작가가 얼마나 재밌게,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지 감탄했다. SF와는 대척점의, 하이퍼리얼리즘의 투쟁과 농성 묘사는 숨이 막힐 정도로 그냥 한국 현실의 한 단면이다.

그 와중에 뛰어든 문어와, 문어에 대한 지극한 한국인의 (식재료) 사랑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촌극이 귀엽고 어이없어 페이지가 자꾸 넘어간다.

오묘한 위트는 단편집의 제목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에 대해 대꾸한다. 이 현실을 어떻게 볼 건지. 그게 대학본부가 됐든 외계인이 됐든 항복할 것인지 나아갈 것인지 짚어나가면서 마음이 문어를 삶는 냄비처럼 따땃하고 즐거워진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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