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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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에게 화성 소설은 희망편의 <마션>과 절망편의 <화성의 타임슬립>이 있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화성과 나>는 두 책의 딱 중간 정도이다. 인간은 화성을 개발하고 거주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제대로 사회나 생활양식 같은 여러가지를 이루려면 한참 멀었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이 책은 희망편일까, 절망편일까.


배명훈의 화성소설이자 연작단편집인 <화성과 나>는 조금 잔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이상을 지향하는 많이 배운 사람들은 화성에 와서 개고생을 한다. 너무 힘들게 새로운 화성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의를 다하여, 제발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오랜 만에 만나게 되는 친구가 있으면 재미있게 담소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고(붉은 행성의 방식), 먹고 싶은 지구 음식이 있으면 어떻게든 맛이라도 봤으면 좋겠다(위대한 밥도둑), 그리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화성에 갔다면 거기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김조안과 함께하려면).


하지만 배명훈의 화성은 냉혹하기 짝이 없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유쾌하고, 재미있고, 수려한 문장과 비유에 감탄하다가도 깨달아버린다. 맞다 이거 배명훈 책이었지.


돌아보면 이것이 화성이고, 이것이 개척자의 삶인가 싶기도 하다. 개척자들의 삶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그리고 그런 삶을 견디기로 한 것이 어쩌면 화성의 삶을 선택한 (구) 지구인이다. 첫 단 편의 화자가 화성에 온 것이 저승에 온다고 느껴진다고 말은 슬프지만 또한 신비롭다. 지구인으로서 이런 화성인의 관점을 읽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


하여튼간에 김조안은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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