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다. 매체나 주변 인물에게서 무수히 많은 썰을 전해듣기는 하지만 내가 직접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깊은 공감이나 이입이 어렵다. 육아에 대한 이야기들은 극히 감상적이거나 극히 현실적이어서 그 간극에서 어리둥절하게 된다. 마치 외계인이나 초끈이론에 대해 듣는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핍진한 감정들에 숨이 턱 막힌다. <듄>의 사막에서 샌드웜을 맞닥뜨리는 것 만큼이나, 갓 복직한 워킹맘이 맞닥뜨린 어린이집의 2주간 휴가도 끔찍스럽다. 그런 점에서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속의 육아 SF는 장르에 딱 맞다.내가 읽은 두 편의 단편은 나 같은 육아 미경험자에게는 생경함으로, 육아 경험자에게는 바라마지않던 상상력으로 다가올 법하다. 표제작 <오늘 밤 황새가~>와 다른 한편 <한밤중에 스카스가드~>에 제시된 기술들은 모두 보육자의 고뇌와 우울을 덜어줄 혁신이다. 아이를 정해진곳까지 운반해주는 할머니 형상의 상냥한 AI와, 이상적인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홀로그램 AI가 부착된 젖병소독기. 이들은 너무 달콤하고 이상적이라, 슬프게도 현실의 회사들이 수익성을 점쳐보고 고개를 저을만한 제품들이다.하지만 어쨌든 이 소설의 장르는 SF고 보육자들에게는 환상이 필요하다. 현실 안쪽에서 환상으로 새로운 사고의 결을 펼치고 가능성을 점쳐보게 하는 것이 SF라면, 이 두 단편이야말로 제 일을 제대로 해내는 픽션이다. 남은 단편들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