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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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나요? 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자연스레 이뤄진 발전도 있겠지만, 이상향이라는 것을 꿈꾸었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하지만 예전보다 지금이 더 낫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요즘, 이 변화의 속도와 방향에 가끔 겁이 나기도 해요. 편리해진 만큼 내가 온전히 나로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느낌이 가끔씩 들거든요.


<멋진 신세계>는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미래 과학 문명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해요. 조지 오웰의 <1984>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공포라는 충격을 제시, 인간성이 맞게 될 위기를 다루는, 인간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죠.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세계국의 표어. <멋진 신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A. F. 즉 헨리 포드가 T형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해 낸 해를 기원으로 삼은 시대의 세계국. 사람들은 인공 부화기에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다섯 계급으로 태어나요. 특히 보카노프스키 과정이라는 것을 거쳐 최대 96명의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기도 해요. 이는 사회 안정을 위한 주요 수단 중의 하나인데, 인간이 공장에서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량 생산되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유대는 사라졌어요. 이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면 학습과 전기 충격을 통한 세뇌로 각자의 신분에 만족하며 살아가요. 그들은 정해진 노동을 끝내면 자극적이고 단순한 오락(촉감놀이, 자유분방한 성교, 장애물 골프 등)들로 시간을 보내며, 항상 소마라는 약을 통해 환각과 쾌락을 느껴요. 누구도 불만이 없고,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죽음도 길들여서 죽음까지도 무의미한 세계. 이 완벽한 멋진 신세계에 사는 모두는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하지만 이렇게 멋진 세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도 있어요. 알파 플러스지만 신체적 결함을 가진 심리학자인 버나드 마르크스. 그는 자신이 다른 알파들과 다르기에 소심하고 외톨이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요. 소마를 복용해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보다 차라리 고통스럽더라도 나 자신으로 남고 싶어 해요. 그리고 감성과학 대학 문예창작과 강사인 유능한 헬름홀츠 왓슨.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을 강렬하게 느끼고 그것을 찾고자 해요. 이후 그는 '고독'에 관한 시를 쓰면서 내면에 지녔다고 느끼는 어떤 힘을 느끼지만, 문제아로 낙인찍히죠. 안정성에서 벗어났다는 이유에서예요. 안정을 위해 고전, 예술, 종교, 역사, 변화, 고독 등 모든 것을 금기시해요. 심지어 과학까지 통제하는 곳이니까요. 이 둘은 나중에 섬으로 쫓겨나요. 이곳에서 섬이란 자아의식이 강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즉 조금이라도 자기주장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버나드 마르크스는 야만인 보호 구역에 갔다가 신세계와 격리된 보호 구역에서 살고 있던 야만인 존과 그의 어머니인 린다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요. 존은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처음 보는 놀라운 과학 문명에 감탄하지만, 자유를 빼앗긴 채 소마를 복용하며 아무 생각 없이 순응하며 살아가는 거짓된 행복에 점차 환멸을 느껴요. 결국 야만인 존은 자유, 인간성을 찾고자 고통과 불행을 달라고 부르짖고는 홀로 외딴 등대로 가게 돼요. 그토록 갈망하던 원시적인 평화를 누리기를 기대했지만, 신세계 사람들은 그를 구경하러 찾아오고, 그 또한 참회수도회적 기질이 다시금 머리를 들어서 미친 듯 자신을 학대하며 절망에 빠져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말아요.


책에서 묘사한 '멋진 신세계'는 정말 멋진 신세계일까요? 사회의 안정을 위해 변화를 거부하는 곳.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자유, 행복까지도 통제하는 곳.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환경에 길들어서 그런지 의문을 품지 않아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 세상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소마라는 것에 의지해 의식을 포기하며 살아가요. 책을 읽으면서 저런 곳에 살아간다고 상상하는 것 자체가 숨 막히고 무서웠어요. 고독할 권리조차 없다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박탈당하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저런 곳을 꿈꾸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과학기술의 발달이 선한 의지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은 언제든 있으니까요. 저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기에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그곳이 전부인 줄 알고 사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사는 세상이 제일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알아야 시야가 넓어져서 다른 가능성도 생각할 틈이 있을 텐데, 아예 그런 것이 차단된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버나드 마르크스, 헬름흘츠 왓슨 같은 사람이 자기주장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섬으로 가는 것을 보면 조금은 변화의 가능성을 꿈꿔보기도 해요.


'멋진 신세계'는 어떤 세계일까요? 사람마다 자기가 꿈꾸는 것이 다르기에 정답은 없을 거예요. 저는 어떤 세상을 바라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글쎄요, 때에 따라 달라지기에 명확하게 답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내가 내 생각대로 살 수 있는 곳이 좋아요. 나라는 사람이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곳. 모든 사람이 그렇게 존재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는데, 정말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곳일까요? 아니면 노력하면 언젠가 이뤄질 수 있는 꿈같은 곳일까요? 책을 덮으면서도 여러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네요.


책에서 묘사한 멋진 신세계와 자기가 생각하는 멋진 신세계를 비교해 가며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인간성을 상실한 곳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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