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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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하면 초록빛을 잔뜩 머금은 싱그러움과 높고 파란 하늘이 떠올라요.

왜일까요? 공원은 사계절과 모든 날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데 말이죠.

아마 제가 초록의 생명력과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공원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초대하는 이 책은 공원과 도시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저자는 공원과 도시에 관한 이야기들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주제는 '위로'라고 해요.

공원은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이자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니까요.

 

도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에요.

도시로 모여든 사람들의 협력 생산과 문화 혁신을 통해 도시는 사회에 발전과 풍요를 가져왔어요.

그러나 동시에 도시는 불안과 피로, 소외와 불평등, 쇠퇴와 소멸, 지구환경 시스템의 붕괴를 낳기도 했어요.

19세기 급속한 산업화가 낳은 여러 문제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 '공원'이에요.

공원은 숨 가쁜 변신을 거듭한 도시와 함께 진화하며 도시의 공간과 시간에, 도시의 삶에 틈과 쉼을 선물했어요.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시기, 우리는 공원으로 갔어요.

다시, 공원이 오고 있어요.

 

야구를 좋아한다는 저자.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때부터 주말마다 야구 중계를 함께 봤다고 해요. 아내는 조경학과 교수면 주말에 아이와 공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야구장도 공원이라는 논리를 펴며 꿋꿋이 TV 화면을 사수했다고 해요.

19세기의 급격한 도시화가 낳은 사회문제의 공간적 진통제로 발명된 근대 도시 공원과 노동 계층의 여가 욕구를 분출하는 장치로 고안된 야구장은 형제 관계예요.

저자는 화려한 봄의 절정에 꼭 가봐야 할 공원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창원 NC파크'에 가보라고 해요.

거리에서 바로 걸어 들어가 경기를 조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라면서요.

 

어린이 놀이터 하면 보통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이 떠올라요.

하지만 전주 맘껏숲놀이터에는 기성품 놀이기구가 없어요. 대신 넓은 공터가 있어요.

다양한 높낮이의 잔디 언덕이 공터를 감싸고 있고, 얕은 개울과 물웅덩이, 흙과 모래, 낮고 길쭉한 곡선형 벤치, 풍성한 수목이 흩어져 있어요.

"놀이 공간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릇 같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노는 방법을 궁리하게 했어요."라고 조경가 김아연 교수는 이렇게 말해요.

이곳은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어요. 풍성한 숲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과 만나는 곳 그 이상이자, 시민들의 여백의 시간을 호젓하게 보내는 장소이기도 해요.

이렇게 자발성과 다양성을 갖춘 놀이터를 묵묵히 지원하는 조연은 입구 쪽에 자리한 '맘껏하우스'에요.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놀고 보호자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용해서 만들어진 이곳은, 실내지만 야외처럼 느껴지는 사이 공간이 많아 일종의 놀이기구처럼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고 해요.

 

 

초록 잔디밭에 새긴 하얀 원에 갇혀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도하기 위해 백색 분필 페인트로 그린 지금 2.5미터의 원형 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휴식, 일광욕, 연애, 피크닉, 독서, 운동, 사색 등을 즐겨요.

이것을 본 한 저널리스트는 '2019년에서 온 누군가에게 이 사진을 보여준다면,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디스토피아를 다룬 할리우드 쇼의 한 장면'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뉴욕 브루클린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인 도미노 공원.

1856년에 세워져 설탕 제국이라 불리며 2004년까지 가동된 뒤 방치된 도미노 설탕공장 일대를 재생하는 사업의 촉매로 투입되었어요.

도미노 공원은 브르클린 탈산업 경관 특유의 거친 미감을 만끽하며 이스트강 너무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의 명소로 순식간에 떠올랐어요.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서른 개 원 안에 펼쳐진 도미노 공원.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공원의 가치와 역할을 재발견하고, 도시와 슬기롭게 동거할 수 있는 공원 사용법을 하나씩 마련해 가야해요.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 저자처럼 선뜻 답하지 못했어요.

아마 공원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겠죠.

책을 쭉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집 근처 조그마한 공원을 현재 저의 공원으로 삼기로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걷고, 뛰어놀고, 혼자 산책도 하고, 가끔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거든요.

집 주변에 큰 공원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작은 공원도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계절이 변함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 어르신들이 운동하시다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곳.

비가 온 다음 날엔 지렁이 친구들이 길을 잃은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고, 가끔 두꺼비, 개구리, 뱀, 사마귀, 여치, 메뚜기 친구들도 놀러 오는 곳, 한여름엔 매미들의 합창을 들으며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걷기도 하고, 눈이 내리면 내 발자국을 고이 새기기도 하는 곳이네요.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원은 하나의 위로이자 여백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앞으로 획일적이지 않은 그곳의 개성을 그대로 담은 공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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